치료 과정의 환자를 상대로 별도의 대면진료 없이 “이전처럼 처방하라”고 전화로 지시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3년 “전에 처방 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병원 밖에서 전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해 환자 3명의 처방전을 발행해 준 혐의로 기소된 뒤, 2016년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를 확정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2017년 1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10일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 2심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할 경우 환자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어 엄정하게 규제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며 A씨의 패소를 판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이전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처방전의 기재내용은 특정되고 이는 간호조무사가 아닌 A씨가 결정한 것”이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처방전 내용을 결정해 작성ㆍ교부를 지시한 이상, 그러한 의사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작성ㆍ교부하는 행위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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