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하기 위해 전방위 구명 활동을 벌인 ‘친문(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막판 점검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이 2017년 12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 전 부시장 비위 감찰 중단에 비중 있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검찰의 시각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서 잘 드러난다. 백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책임을 지던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봐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거나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직접 감찰 중단을 요청했다. 박 전 비서관이 “감찰을 계속 해야 하고 수사의뢰까지 검토할 사안”이라고 거절하자, 이후 백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에게 “현 정부 핵심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유재수 비위가 정권 초기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백 전 비서관의 의견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사직 처리를 내세워 감찰을 중단시키고 아예 감찰을 없던 일로 정리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때문에 백 전 비서관을 조 전 장관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당시 ‘상황’을 봤을 때는 기소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법리’를 봤을 때는 검찰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큰 고민의 지점은 직급상 백 전 비서관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하급자’였는데, 상급자의 의사결정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 적용이 가능한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또 주변 의견을 들은 것을 상급자에게 전달하며 자기 의견을 냈다고 본다면, 당시 백 전 비서관이 해야 할 고유 업무로 볼 수 있다는 점도 검토할 대목이다. 조 전 장관 변호인단도 21일 공소장에 적힌 검찰 주장을 반박하면서 “백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이 억울해 하니 당사자 사정을 청취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상황을 점검한 뒤 보고했다”며 “이는 민정비서관의 업무”라고 했다.
하지만 백 전 비서관이 정권에 타격을 줄 사건 은폐를 위해 유 전 부시장이 금융정책국장으로 있던 금융위에 구체적 비위 사실도 알려주지 않고 사표 처리가 이뤄지게 한 대목에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법조계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가 자체 감찰을 벌여 유 전 부시장을 징계하고 인사조치할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백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 구명운동’을 벌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친문 실세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조 전 장관 공소장에서 김 지사는 백 전 비서관에게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감찰을 받는데 억울하다니 잘 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윤 전 실장도 “참여정부 시절 함께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고 했다.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에게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 전 부시장을 왜 감찰하느냐”고 따졌다.
법조계에선 이들 친문 인사들이 단순 의견 전달을 넘어 적극적 가담 행위가 입증된다면 공범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반드시 (감찰)하면 안 된다고 적극 가담했다면 직권남용 공범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공소장 기재 정도의 청탁만 있다면 혐의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대가가 오가거나 역할 분담 등의 구체적 공모행위가 추가 조사로 입증되지 않으면 기소는 어렵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이들이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했기 때문에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과태료 처분 사안이어서 검찰이 청탁금지법 적용에 크게 의미를 두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에 있고 현재 관련자들에 대해 결정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친문 인사들의 기소를 둘러싼 검찰의 막판 고민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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