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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뭉쳤다 “차례 음식은 배달로!”

입력
2020.01.24 13:00
수정
2020.01.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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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주간 11번가 ‘제사음식’ 등 반찬세트 거래액 전년대비 55% 증가 

 제사음식 업체 대표 “요샌 시어머니가 먼저 찾아” 

11번가에서 판매 중인 한 업체의 제사음식세트. 조리된 음식은 아이스박스 포장으로 배송된다. 가격은 18만원부터 100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11번가 제공
11번가에서 판매 중인 한 업체의 제사음식세트. 조리된 음식은 아이스박스 포장으로 배송된다. 가격은 18만원부터 100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11번가 제공

“명절은 다 같이 즐거워야 하는데, 여자만 고생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남양주에 사는 전업주부 김모(55)씨는 명절 때마다 제사음식 대행 업체를 통해 음식을 사서 차례상을 준비합니다. 제사음식 대행 서비스는 전문 업체가 제사에 필요한 모든 음식을 만들어 배송해주는 방식인데요. 김씨는 “사서 하는 것과 금액 차이가 크지 않고 인건비를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진다”며 “음식을 사서 지내니 마냥 피곤하게만 생각했던 명절이 좋아졌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제사음식은 며느리들 몸만 축나는 일이잖아요. 시집간 제 딸도 고생하지 말고 이렇게 지내기를 바라요.”

요즘 명절 풍속은 격식보다 실속입니다. 대행 업체를 통해 제사음식을 주문해서 지내는 가구들이 늘고 있거든요. 11번가에 따르면 ‘제사음식세트’가 포함된 반찬세트 카테고리가 명절을 앞둔 최근 2주(8~21일) 지난해와 같은 기간 대비 거래액 55% 증가했다고 해요. 제사음식세트를 검색한 횟수는 같은 기간 지난해보다 약 5.8배 올랐다고 하네요.

번호안내114는 명절 때마다 제사음식 대행 업체를 찾는 이들로 전화기에 불이 난답니다. 번호안내 114에 따르면 2018~2019년 114 전국 문의 전화를 분석할 결과 설, 추석 명절이 포함된 달에 명절음식 관련 문의가 다른 달 대비 60%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그만큼 제사음식 대행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겠죠.

각종 나물부터 조기, 전, 꼬치, 김치, 식혜까지 제사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포장해 보내주니 주문자는 배달된 음식을 데워 상 위에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업체마다 비용은 다르지만, 보통 20~40만원 대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한 상 차려낼 수 있죠. 누군가에겐 성의 없게도 비춰지지만, 다르게 보면 실속 있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22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에서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에서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재밌는 건 젊은 사람들만 제사음식세트를 찾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제사음식은 직접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5060세대들도 바뀌고 있거든요. 활동적인 5060세대를 일컫는 ‘오팔세대’가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 제사음식을 사서 차례를 지낸다는 광주의 최모(68)씨는 “친척들 중엔 맞벌이 부부도 있고 다들 객지에 나가 사니, 매년 며느리들이 모여 준비하는 게 어려워졌다”며 “남편과 남자 어른들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맛도 있고 경제적이니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번호안내114에 제사음식 관련 문의를 하는 이들도 대부분 오팔세대랍니다. 남정열 KT CS 114사업기획팀장은 “114의 주 고객층은 오팔세대인데, 명절음식 구매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반영되면서 문의 전화가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죠.

한 제사음식 대행 업체 대표는 “시어머니들이 30대 며느리에게 제사 음식을 시키기 미안하다며 직접 전화해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핵가족화가 되고 며느리들이 바쁘게 일하다 보니 어른들도 서서히 생각이 바뀌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어요.

제사음식 대행 서비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저마다 생각들은 다르겠지요.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 시대의 변화에 맞춰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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