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롱면 덕은4리 가보니… 2년새 근로자 3000여명 실직 “상권 풍비박산”
“예전에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을 훌쩍 넘겼는데, 지금은 30만원 벌기도 벅찹니다. 경영이 어려워져 직원 2명은 눈물을 머금고 내보냈어요.”
21일 낮 12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8공장) 앞. 이곳에서 6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61)씨는 “요즘 장사 잘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그의 말대로 골목 상가건물 곳곳에는 ‘임대 문의’ 딱지가 붙었고, 문을 연 가게들도 대부분 내부가 텅 비어있었다.
파주공장 C게이트 앞 상가밀집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점심시간인데도 공장 근로자들의 발길이 뜸해 지나치게 한가한 모습이다. 국밥집 사장인 유모(35)씨는 “3년 전에 비해 매출이 딱 반토막이 났다”며 “그래도 우리 가게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골목 뒤쪽 식당들은 대부분 폐업했다”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가관리인은 “LG파주공장만 바라보고 장사해왔는데, 근로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풍비박산이 났다”며 “상인들은 계약기간만 버티고 나가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6년 첫 가동에 들어간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165만5,000㎡)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던 파주 월롱면 일대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계속된 경영악화로 2018년부터 2년연속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근로자 3,000명가량이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공장 설비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현장 건설 근로자들이 줄어든 것도 상권 쇠퇴를 부채질 하고 있다.
22일 파주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10월 창립 후 처음으로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9월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기간 3,0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가동률 감소로 파주공장을 떠난 협력업체 직원들과 현장 건설 근로자들까지 더하면 그 수가 5,000여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은 경영이 악화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중국 경쟁업체의 LCD 공급과잉으로 패널 가격이 급락했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다.
이로 인해 파주 지역경제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공장 인근은 물론 공장에서 4~5㎞ 떨어진 월롱면행정복지센터 인근 상권까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복지센터 인근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퇴근길에 기름을 넣던 근로자들이 줄어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한 식당 주인은 “저녁 시간에는 거리에 사람이 없어 아예 유령도시로 변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공장이 위치한 월롱면 덕은4리 지역은 공장 인력 감원의 영향으로 갑자기 인구가 줄면서 공동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덕은4리 인구는 2017년 5,320명에서 LG디스플레이가 인력 감축을 단행한 2018년 4,271명, 2019년 3,427명으로 2년새 1,893명(35.5%)이 줄었다. 시에서 파악한 이 지역 다가구주택도 전체 45곳 중 40곳이 공실로 비어있다.
파주시는 대책반을 구성,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 관계자는 “규제완화 등 LG디스플레이 경영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도 “대기업이다 보니 지자체가 인력 감원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파주=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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