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항소심 재판부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중간 결론을 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시연회 참석을 넘어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했는지 등 공모 관계를 철저히 가리기 위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21일 댓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속행공판에서 이 사건의 심리를 재개하는 이유와 앞으로의 심리 방향을 밝혔다. 이 재판은 원래 지난해 12월 24일 선고 예정이었으나 선고기일이 이날로 미뤄졌고, 또다시 추가 심리를 위해 변론이 재개됐다.
우선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고서도 그 기일에 선고를 하지 못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것에 죄송하다”면서 “이 사건은 관련자들의 인생이나 우리 사회와 선거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재판부는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김 지사)이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됐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특별검사 수사 및 1ㆍ2심 공판 과정에서 시연회 참석 사실 자체를 부인해 왔으나, 재판부는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드루킹 일당들의 진술에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또 “판례와 법리에 비춰 볼 때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 추가 심리를 하지 않고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선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남은 기일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본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했다는 드루킹 일당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드루킹이 ‘단순 지지자’였는지 아니면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 △김 지사가 문재인 후보자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민주당과 문재인 캠프의 여론 형성을 위해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등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다음달 21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3월 4일까지 양측의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받겠다고 시한을 정했다. 또 3월 10일에 다음 변론 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단순 절차 문제가 아닌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의문점이 덜 풀렸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 사건의 결론은 21대 총선일(4월 15일)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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