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 만에 귀국, 야권 지각변동 예고… 지지자 200명 환영
“보수통합 관심 없다”… 첫 시험대는 바른미래 당권 접수 여부
1년 4개월여 만에 귀국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절하고 있다. 영종도=뉴스1

야권 ‘지각변동의 핵’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돌아왔다.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고 독일로 떠난 지 1년 4개월 만의 정계 복귀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안 전 대표는 “진영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복귀 일성을 밝혔다. 그에게 적극 구애를 보내는 보수진영의 통합 논의에는 분명히 선을 긋는 동시에,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일으켰던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또 “4ㆍ15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총선 지역구 출마 후 낙선 부담에서 벗어나 2022년 대선을 바로 겨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행복한 국민,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제대로 일하는 정치, 이런 3대 지향점을 가지고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국정운영의 폭주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법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가짜 민주주의 등장과 권력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모든 의지와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표의 유불리로만 판단하는 정치권의 단견과 정부의 규제를 혁파해 개인과 기업의 자율ㆍ창의ㆍ도전 정신이 살아 숨쉬는 역동적 시장경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 입국장 앞은 그의 도착 예정 시각 약 두 시간 전부터 200명이 넘는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권은희, 김수민, 이태규 의원 등이 영접에 나섰고, 손학규 당대표와 가까운 임재훈 사무총장 등도 참석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 온 손 대표와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측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후 5시 20분이 넘어 회색 양복차림을 한 안 전 대표가 홀로 짐을 끌고 나와 지지자들 앞에 섰다. 그는 가장 먼저 “사랑해요, 안철수”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큰 절을 했다. 이어 태블릿PC에 저장해둔 입장문을 13분 동안 낭독했다.

입장 발표를 통해 ‘중도정치 실현 정당’이란 목표를 뚜렷이 밝힌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도 “출마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저는 간절하게 대한민국이 변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고, 다음 국회에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능한 많이 (국회에) 진입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귀국을 앞두고 내놨던 ‘기득권과 낡은 정치 타파’란 메시지보다 한층 구체적이며, 공격적이었다.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신중을 거듭하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간철수’(간을 보는 안철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과거와는 분명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주변에선 “보수통합 논의 참여 등에 여지를 두고 몸값을 더 높였어야 하는데 너무 일찍 가능성을 닫아버렸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큰절을 하며 인사한 뒤 일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 전 대표는 그가 언급한 중도정당이 환골탈태한 바른미래당인지, 신당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 보겠다”고 했다. 이런 발언으로 미뤄 그가 바른미래당 복귀 카드를 최우선에 두고 조만간 손 대표와 만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바른미래당 당권 접수 여부가 복귀 후 첫 시험대라는 얘기도 나온다.

새롭게 태어날 ‘안철수 정당’의 핵심 타깃층은 “더불어민주당도, 한국당도 미덥지 않다”는 이른바 무당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20대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 37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 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당층의 비율은 27%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다. 일단 그에게 유리한 정치환경은 조성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역 기반이 사실상 없다는 것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호남이란 확실한 기반이 있었던 지난 총선보다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4년 전에는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유력 대선주자급 영향력을 가졌지만, 지금 그의 지지율은 4%에 그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혁신해 정치개혁을 주도할 땐 총선 판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제3지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약해진 만큼 지지를 되찾기 위한 명분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귀국 회견을 마친 직후 서울 노원구 자택으로 향했다. 그의 첫 공식 일정은 20일 서울 국립현충원과 광주 5ㆍ18 묘역 참배다. 이어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시를 들렀다 본가가 있는 부산에서 1박을 한 뒤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런 동선엔 호남과 영남을 두루 챙기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