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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된 고3들 “공약집, 참고서처럼 알기 쉽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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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된 고3들 “공약집, 참고서처럼 알기 쉽게 만들어요”

입력
2020.01.17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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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 고3 유권자 만나보니 “정치인들이 학교에 오는 건 싫어” 

 공약 나열만 말고 그래픽 등 이용, 실현 가능성 지표 등을 넣었으면 

 선거 교육은 학교 아닌 선관위가… 유튜브 활용한 콘텐츠도 좋을 듯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 18세 선거권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자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 18세 선거권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자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학교에서 올해 우리 동네 국회의원 공약들을 문제집처럼 보기 좋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교육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에서 16일 만난 최지혜(18)양은 유권자가 됐다는 사실에 한껏 들떠있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이라 방학기간에도 매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 벌써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제 인생 첫 투표인데 무책임하게 투표할 수 없지 않느냐”며 “후보와 당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건국 이래 처음 만 18세 고등학생들도 석 달 남은 4ㆍ15 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선거 연령이 낮아진 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이날 만난 고등학생 유권자들은 생애 첫 투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정부를 향해 요구사항을 쏟아내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학생들 사이에선 후보자 공약집을 대대적으로 손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쭉 나열하는 식으로 공약집을 제작하는데, 사실 입시에만 매달린 고3 학생으로선 이런 공약집만 봐선 후보자가 어떤 인물인지, 공약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명덕여고 2학년 문지은(18)양은 “각 공약들이 글로만 적혀있는데 그림이나 그래픽 등으로 실현 가능성 지표 같은 것을 넣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임서윤(18)군도 “지금까지 공약집은 성인을 대상으로 제작된 거라 학생들 편의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선거 연령만 낮출 게 아니라 고등학생이 제대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공약집을 포함해 관련 제반 제도를 손질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경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학생들이 처음 치르는 선거인 만큼 이미지가 아닌 알기 쉬운 공약집을 보고 투표를 한다면, 향후 성인이 돼서도 성숙한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확대되면서 학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교사가 선거 교육을 전담하는 과정에서 정치편향 수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세현(18)군은 “최근 일부 고등학교에서 정치 편향 교육이 문제가 된 만큼 선거 교육은 학교가 하는 것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파견 나와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글보다는 영상에 더 친숙한 세대인 만큼 유튜브를 활용한 선거교육 콘텐츠가 제작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선관위도 이런 우려를 감안해 직원들이 직접 전국의 고등학교를 찾아가 선거교육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 제작을 위해 ‘펭수’ ‘도티’ 같은 인기 인플루언서를 출연시키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최근 일부 정치인은 졸업식과 예비 고3 교실 등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다 눈총을 사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정치인이 학교로 찾아오는 선거운동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정미림(18)양은 “고3 시절은 인생의 한 번 밖에 없는 순간이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후보자들이 학교로 찾아오면 방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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