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계, 미키마우스ㆍ헬로키티ㆍ스누피 등 캐릭터 상품 출시 경쟁
“명품 시장 큰 손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 잡자”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구찌 티셔츠, ‘헬로키티’ 모양의 발렌시아가 핸드백….
콧대 높던 명품 업계가 만화 캐릭터에 빠졌다. 유명 캐릭터와 협업해 기존의 보수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위트 있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대중성을 강화하려는 생존 전략으로 읽힌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는 3일 월트 디즈니의 원조인 미키마우스를 테마로 운동화, 핸드백, 가죽 소품, 스카프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 상품은 미키마우스가 정면에 인쇄된 ‘스몰 버킷 백’. 1980년대 빈티지한 베이지색 에보니 원단에 캐릭터의 원조 디자인과 색상을 살린 고화질 디지털 프린팅을 덧입혔다. 이번 ‘디즈니-구찌’ 컬렉션은 2020년 쥐의 해를 기념하는 의미로 시작했다. 구찌는 지난해 기해년을 맞아 돼지 캐릭터 관련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는 스누피 캐릭터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를 택했다. 지난달 현대백화점에서 ‘피너츠 캡슐 컬렉션’ 팝업스토어를 열고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스누피, 찰리 브라운, 루시 등을 소재로 한 스웨트셔츠, 캔버스 토트백, 박스백, 참 장식 등이다.
명품 업계가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롯데멤버스가 발표한 ‘트렌드Y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국내 명품 시장은 3.5배 확대됐고, 같은 기간 20대 명품 소비는 7.5배 증가했다.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는 2025년이 되면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 시장 고객 전체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명품을 통해 부유함을 과시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이른바 ‘플렉스’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 번지면서 나온 현상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만큼 정형화된 디자인을 탈피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가방에 그림을 새겨 넣는 방식이 아니라, 캐릭터 얼굴 형태를 그대로 살린 ‘헬로키티 탑 핸들 백’을 출시했다. 키티 얼굴 모양의 가방에 빨간색 리본을 달았고, 가방 양 옆은 매듭을 지어 검은색 수염까지 본떴다. 발렌시아가는 지난해 열린 2020년 봄ㆍ여름 컬렉션에서 키티를 모티브로 한 남성용 가방을 공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격식을 따지기 보다 편하고, 자유로우면서 개성 있는 스타일을 중시한다”며 “기존의 고급스러운 소재와 형태를 유지하면서 캐릭터로 포인트를 주는 참신한 아이템이 인기를 끄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명품 업계에서 아시아 시장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아시아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복, 재물, 건강 등 상징성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의 성향을 반영한 상품들이 늘고 있다”며 “쥐의 해를 기념한 구찌의 컬렉션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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