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재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각종 강력 대책을 쏟아붓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주택거래허가제 얘기까지 나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앞으로도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들을 다 올려놓고 필요하면 전격적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은 두더지 게임처럼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오르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아킬레스건을 확실히 찾지 못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 급등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집값을 잡지 못하면 4월 총선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집값은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만나 대책을 들어봤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SH공사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나.
“CES와 실리콘밸리를 갔다 왔다. SH공사가 마곡과 고덕에 스마트시티를 하지 않나. 마곡 스마트시티에 집적시켜 내놓는 기술이 많다. 그걸 홍보하러 CES에 갔다가 일단 분위기 파악을 하고 내년에 부스를 만드는 걸 협의했고, 다음에 실리콘밸리로 갔다. 실리콘밸리에서‘도전숙(宿)’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창업자에게 거주 주택을 제공하고 제품 개발을 돕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걸 실리콘밸리에 응용해 보려고 한다. 또 실리콘밸리 기업 중 서울에서 벤처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서울에서 활동할 공간이 없다. 그런 수요에 대한 공간도 공급하려 한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핵심이 강남인 것 같다.
“공급을 많이 하는데도 체감이 잘 안된다. 박원순 시장이 2011년 10월 말부터 임기를 시작했고 2013년까지 매년 6만호씩 공급이 됐다. 그리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8만호로 공급은 분명히 늘었다. 그런데 체감이 왜 안될까. 첫 번째가 주거 유형이 좀 바뀌었다. 주로 강북에 있던 재정비 예정 구역이 해제되면서 거기에 아파트가 아니라 4층짜리 다세대ㆍ다가구 주택이 많이 들어섰다. 새 아파트를 찾는 입장에서는 부족하지만, 서울이란 도시를 놓고 볼 때 빌라 연립 형태가 강북에 사는 자산이 많지 않은 분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서는 거다. 강남도 마찬가지다. 소득 분위가 다른 분들을 타깃으로 하는 주택은 지난 8년간 늘었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지만, 강남의 새 아파트를 찾는 분들에겐 어필이 안 된다. 그런 괴리가 있다 보니 실제 공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임대주택은 많이 늘고 있다. 서울시 전체 주택 물량의 8%가 임대주택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0% 정도 된다. 조만간 그 평균 이상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목표로 하는 건 10년 안에 20%인데 다음 시장이 그걸 받아 10년만 해주면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 서울시 주택이 380만 호쯤 된다. 2030년까지 76만호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어지는 것도 있지만 멸실주택 숫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멸실이 보통 한해 3만~4만호쯤 될 거다. 멸실주택은 이전 통계에도 안 잡혔다. 또 옛날 같으면 주로 아파트로 갈 것들이 4층짜리 다세대ㆍ다가구 주택으로 갔다. 그래서 호수가 늘었음에도 체감이 약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줄어든 건 아니고 오히려 많이 늘었다.”
-세계 최대의 생활정보 비교 사이트 ‘넘베오(Numbeo.com)’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도심의 아파트 값은 조사 대상 390개 도시의 도심 중 4위였고 3년간 평균 상승률은 44.2%로 주요 도시 중 1위였다.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과다하다. 3년간 평균 상승률이 1등이었지 않나. 왜 이렇게 빨리 올랐을까.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을 보더라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비싸다. 거품이 좀 끼어 있는 건데, 서울시 공식 입장은 아니고 제 개인적인 생각은 지난 8년 간 유동자금이 딱 두 배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시장이 정체되었던 경우를 보면 대부분 금리가 작용했던 때다. 지금 저금리지 않나. 금리는 내려가는데 유동자금이 8년 간 두 배가 됐다. 거기서 답이 나오지 않겠나.”
-말씀대로 금리가 높아졌거나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만 부동산 가격이 내려갔고 그 외엔 거의 다 상승했다. 다만 지금은 다른 변수도 작용하는 것 같다.
“그렇다. 임대사업자 문제도 있고, 서울에 똘똘한 한 채만 갖겠다는 지방 다주택자의 수요도 있다. 통계로 봐도 꽤 많이 늘었다. 전체 구입한 사람들 중 5분의 1이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다.”
-지난번 3기 신도시 발표를 두고 서울에 집이 모자라는데 왜 경기도에 집을 짓냐는 반발이 있었다. 그래서 고양시 같은 곳은 벌컥 뒤집혔다. 포인트를 잘못 짚은 정책 같은데.
“서울의 지가가 높고 대규모 가용택지가 고갈되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세계 어디에서나 기성도시는 주로 일하는 곳이고 신도시는 잠자고 쉬는 외곽지역이라는 전제 하에 주택 정책을 만들어왔다. 그 타깃은 4인가구나 5인가구였다. 결국 가장(家長) 혼자 고생하면 나머지가 외곽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신도시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행동반경이 굉장히 넓어진 것이다. 지금 4대문 안은 종로구, 중구인데 끝에서 끝까지 걸어봤자 40분밖에 안 걸린다. 그런데 자동차가 대중화하면서 개인의 활동 반경이 10~30㎞ 가 됐다. 신도시를 지었는데 지금은 1인가구가 대세고 결혼과 출산도 하지 않는다. 부부는 대부분 맞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신도시가 와 닿지 않는 거다. 중요한 건 ‘내가 일하는 데서 집이 가까워야 한다’로 바뀌었다. 저도 2기 신도시 지을 때 많이 참여했다. 그땐 정말 4인가구였다. 지금은 4인가구가 대세가 아니다. 1, 2인 가구가 서울의 56%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시를 경기도에 지은들 서울 사람이 가서 살지 의문이다. 어쨌든 SH공사가 중심이 돼서 서울 지역에 2022년까지 당초 24만호 외에 추가로 8만호를 건설하겠다고 재작년 말 발표했다. 그 동안 이용되지 않던 빗물펌프장, 도로, 공영차고지 위에 집을 짓는 ‘컴팩트시티’ 조성 방식이다. 밀도를 높이자는 게 아니라 그 동안 이용하지 않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취지다. 직장과 가깝고 1인가구에서 필요로 하는 피트니스, 보육시설, 도서관 등을 같은 공간에 넣어준다. 앞으로 도시는 이렇게 효율적으로 지어야 한다.”
-임대 주택만 해당하는 건가.
“기본은 임대로 가는데 분양을 섞을지는 고민해 보려 한다. 요새는‘올인빌(All in ville)’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내가 원하는 모든 게 한 건물에 있으면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청신호(靑新戶)’라는 브랜드를 개발했다. 1, 2인 가구 전문인데 그 안의 평면도 기존과 다르다. 주방도 대폭 축소했다. 요새 특히 1인가구를 보면 퇴근하고 들어가면서 편의점에서 음식 사서 데워 먹는다. 요리하지 않는다. 주택도 거기에 맞춰 바꿔야 한다.”
-‘청신호’가 무슨 뜻인가.
“청년 신혼 집이다. 집 호(戶)자를 쓴다. 1, 2인 가구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 SH공사의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었다. 2월에 청신호 1호가 국민대 앞에 완공된다. 워낙 청년과 신혼의 주택이 부족하니 SH공사가 이 부분에서 1위가 되고자 하는 각오로 지난해부터 하고 있다. 주택은 SH 로고가 아니고 청신호 로고를 붙인다.”
-그린벨트 외에 서울 지역에 저렴한 공공주택을 지을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조금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여기저기서 그린벨트 풀어서 택지를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 계속 있었다. 그래서 재작년에 직접 계산을 해 봤다. 예전에 중앙도시계획위원 할 때도 이런 걸 많이 다뤘다. 그린벨트 해제할 때 6가지 지표를 본다. 식생이나 경사도 등 여러 가지를 본다. 대입을 해 보면 택지로서 얻어질 수 있는 땅이 많지 않다.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얼마 안 나온다. 그래서 생각한 게 빗물펌프장, 공영차고지 같은 거다. 그것도 접근성이 괜찮다. 그런 곳을 계속 발굴할 거다. 그린벨트를 푸는 게 아니라 그 동안 덜 이용된 땅을 잘 활용하자는 방식이다.”
-올해부터 주택임대소득(2019년 발생분) 전면 과세가 시행된다. 이 정책이 집값을 잡는 효과가 있겠나.
“집을 새로 지어도 다주택자들이 많이 사 버린다. 통계를 보면 2017년 12월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로 임대주택자의 세금을 깎아주기로 한 뒤로 다주택자들이 굉장히 늘어났다. 나오는 족족 다 가져가 버리니 보유세 강화밖에는 없을 것 같다. 보유세를 대폭 강화해 도로 내놓게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한 것은 외환위기 때부터 나왔다. 건설경기를 일으키려고 한 것이다. 그걸 되돌릴 순 없는 건지.
“법을 만들었지만 다른 의지를 갖고 하면 저항은 좀 있어도 되지 않겠나. 중앙정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보유세도 중앙정부에서 하는 건데 우리는 꾸준히 건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세금이 중요한 문제 같은데 보유세 강화하는 거야 조금씩 올리면 되겠지만 임대사업자 문제는 복잡하다. 정부가 하라고 해서 믿고 들어간 사람에게 다시 나가라고 하는 거라 부담이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피해 보는 사람이 많으니 빨리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주거복지 로드맵 나올 때 그 얘기가 나왔다. 원래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는 민간 부문의 임대주택을 활성화시키고 전세금을 동결시키려는 목적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전세를 5%밖에 인상을 못 한다.‘숨어 있던 다주택자 나와라’이런 거였는데 거꾸로 되면서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 그 사람들이 신규 공급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가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현금 주고 다 사버렸다. 5분의 1 정도 된다. 지방에 있는 거 팔고 서울에 있는 게 돈 된다 해서 사는 거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하니 두 채를 지방에 갖고 있느니 한 채를 서울에 갖고 있겠다 그런 거다. 지방은 주택 가격이 마이너스된 곳이 많다. 그 부분은 통계적으로 나타난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급등 문제에 대해 SH공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뭔가.
“우리는 기본적으로 분양도 하지만 많지 않기 때문에 물량으로 시장을 흔들 순 없고 임대주택 공급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임대주택이 빠른 시일 안에 많이 공급되면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실제 외국의 경우 그런 도시들이 많이 있다. 임대주택이 많은 도시들이 주거 안정에 훨씬 유리한 성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임대주택의 베이스가 있으면 타격을 덜 받는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임대주택 비중이 40% 이상이다. 짓는 것 외에 사는 것도 해야 된다. 사서 임대로 전환시킨다. 아파트도 사고 다세대, 다가구도 산다. 다세대, 다가구는 지난해부터 대폭 늘렸다. 지난해 5,000개쯤 했고 올해는 6,500개 이상이다. 계속 사들일 계획이다.”
-공간이 복지라고 했는데.
“SH공사의 주요 미션이 서울시의 주거안정이다. 특히 강북 지역은 현실적으로 아파트를 못 짓는 곳들이 많다. 그런 곳에 빌라 연립이 많이 들어선다. 실제 설문조사를 해 보면 주택 자체의 만족도는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다. 내가 집 안에 들어가는 순간은 수세식 화장실에 거실에 다 쾌적한 거다. 그런데 경로당이 없다거나 도서관에 버스 타고 가야 한다는 것 등이 차이다. 결국 편의시설의 문제다. 그걸 우리가 대대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SH공사가 관리하는 다세대 가구가 현재 2만호쯤 된다. 여기에 빨래방이라든지 작은 독서실, 노인정을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파트 못지 않게 삶의 질을 높여 보자는 거다. 그걸 공간 복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다. 재정비 지역이 해제되면서 다세대가 많이 들어섰는데 집만 들어섰지 부대시설은 못 들어섰다. 그걸 보완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만 최고로 생각했는데 다세대 주택이 많은 지역에 가면 아직도 골목이 살아 있고 인간적으로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다만 편의시설이 없다는 건데 그걸 우리가 넣어 주고 있다. 그리고 군데군데 빈집을 사서 개조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빈집이 있으면 동네가 우범지대가 되기 쉽고 불편한데 그걸 매입해 주택이나 공간복지 시설로 바꾸는 것도 하고 있다. 전폭적인 재개발과 조금 다른 작업이긴 하지만, 오히려 빠른 시간 안에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산업부 선임기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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