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문 완전히 안닫아’ 판단, 남북관계로 북미 교착 해결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외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북미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고 북한의 ‘남한 패싱’이 노골화되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게 문 대통령 판단이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상응조치인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에 대해 “남북ㆍ북미 대화 모두 낙관할 수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설정한 ‘연말 시한’ 이후에도 군사 도발 등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친서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는 등 북미 정상 간 관계 유지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 불거진 ‘한미 불통’ 논란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실장에게 전달을 당부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별도의 친서를 (북한에) 보냈다”며 “대화 의지를 강조한 건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방미 후 귀국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통해 북측에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는데,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 받았다”며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불쾌감을 표시해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또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북미대화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선이 본격적인 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북미대화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북미대화만 바라볼 게 아니라 남북이 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 답방 추진과 남북 협력 강화 5대 제안 등으로 남북관계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제안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북한의 호응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면 남북 협력을 위한 대화를 거부하는 내용은 없다”며 “남북관계를 넓혀 나가면 북미 대화 촉진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일부 면제나 예외 조치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제재 완화)의 구체적인 조건 합의가 핵심인데, 북한이 남북관계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면 국제사회의 우호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북한이 김계관 담화 때처럼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남북 협력 제안을 단박에 거부한다면 당분간 남북관계는 냉각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지 않고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등 제재 범위 내 협력사업에 속도를 낼 경우 새로운 전기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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