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문 완전히 안닫아’ 판단, 남북관계로 북미 교착 해결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20/01/14/202001141784772206_3.jpg)
“외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북미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고 북한의 ‘남한 패싱’이 노골화되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게 문 대통령 판단이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상응조치인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에 대해 “남북ㆍ북미 대화 모두 낙관할 수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설정한 ‘연말 시한’ 이후에도 군사 도발 등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친서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는 등 북미 정상 간 관계 유지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 불거진 ‘한미 불통’ 논란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실장에게 전달을 당부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별도의 친서를 (북한에) 보냈다”며 “대화 의지를 강조한 건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방미 후 귀국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통해 북측에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는데,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 받았다”며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불쾌감을 표시해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또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북미대화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선이 본격적인 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북미대화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북미대화만 바라볼 게 아니라 남북이 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 답방 추진과 남북 협력 강화 5대 제안 등으로 남북관계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제안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북한의 호응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면 남북 협력을 위한 대화를 거부하는 내용은 없다”며 “남북관계를 넓혀 나가면 북미 대화 촉진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일부 면제나 예외 조치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제재 완화)의 구체적인 조건 합의가 핵심인데, 북한이 남북관계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면 국제사회의 우호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북한이 김계관 담화 때처럼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남북 협력 제안을 단박에 거부한다면 당분간 남북관계는 냉각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지 않고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등 제재 범위 내 협력사업에 속도를 낼 경우 새로운 전기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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