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여당에 반기를 들다 좌천성 인사로 밀려난 검찰 고위직 인사들이 14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웅하는 모습이 한국일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과정 강화 프로그램에 참석한 후 오후 1시경 전용 차량에 올랐다. 연수원 본관 현관으로 걸어 나오는 윤 총장을 배웅한 이들은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를 지휘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고위직 인사 때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배성범(58·연수원 23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연수원 교수진들이었다.
특히, 이날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통과에 항의하며 사의를 표한 김웅(50·연수원 29기) 법무연수원 교수의 모습이 눈에 띈다. 대검찰청 미래기획ㆍ형사정책단장으로서 검경 수사권조정 업무를 관장하던 김 교수는 청와대와 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다 지난 7월 좌천성 인사를 통해 연수원으로 밀려났다.
‘검사내전’의 저자로 유명한 김 교수는 검경 수사권조정법안이 통과된 다음날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떠납니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58·23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넘겨준 배 원장은 이번 인사 대란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꼽힌다. 표면적으로는 지검장에서 고검장급으로 승진했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다 청와대에 밉보여 실권을 빼앗겼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손발이 잘린 채’ 윤 총장을 만난 인사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김 교수는 시원섭섭한 듯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비해 배 원장은 시종일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부동자세로 윤 총장을 응시했다.
이들의 배웅을 받은 윤 총장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려는 듯 빠른 걸음으로 차량에 올랐다. 할 말은 연수원 내부에서 모두 했을 터, 윤 총장은 특별한 당부의 말이나 행동 없이 연수원을 빠져나왔다.
진천=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진천=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