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후보 이름 아직 많다” 강행 의지… 당명 유사성外 기준이 복병
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당명으로 밀었던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전략 수정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연말 개정된 공직선거법 취지를 역행하면서까지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고자 한 취지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한의 의석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위성정당의 당명에 또 다시 제동을 걸어 창당 작업에 차질이 계속될 경우, 의석수 확보에 사실상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일단 당명을 바꿔 위성정당 창당 계획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선관위 결정을 비판하며 “비례정당 후보 이름은 아직 많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불허 결정에 굴하지 않고, 위성정당으로 총선을 치르는 애초 계획을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은 21일 위성정당의 대구시당 창당대회를 시작으로 정당법상에 따른 창당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창당에 필수적인 당명과 관련해서도 한국당은 앞으로 일주일 안에 비례자유한국당을 대신할 이름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이날 오후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에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문에 보완기간을 7일 정도 명시해, 일주일 뒤 (비례자유한국당) 창준위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선관위의 불허 결정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일찌감치 ‘플랜B’ 를 준비해 왔다. 새 당명을 2~3개 정도 압축해 선관위와 협의한 뒤 등록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당과 형제정당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국’이란 단어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례’ 대신 다른 단어를 사용한 ‘○○자유한국당’, 혹은 ‘자유한국○○당’ 등을 검토하고 있다. 원영섭 한국당 조직부총장은 이날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선관위 취지가 비례라는 단어만 바꾸면 돼 비례 대신 다른 단어를 쓰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이런 의도는 정당법 41조(유사당명 사용금지)에 다시 발목 잡힐 수 있다. 전날 전체위원회의 판단에서처럼 선관위가 당명의 유사성뿐 아니라, 정당 정책과 유권자 판단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당명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불허 결정에도 정당 및 후보자의 선거운동과 언론환경, 기존 정당의 후광효과까지 고려됐다.
때문에 한국당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기존의 한국당을 비례전담 정당으로 하는 대신 새로운보수당과 논의 중인 통합신당을 지역구 전담 정당으로 하는 ‘역할 분담’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당명 선택에 따른 고민을 떨쳐내는 동시에 유권자에 대한 각인 등 짧은 시간 이뤄지는 창당 작업에 대한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제야 첫발을 뗀 보수 통합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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