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ᆞ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최근 유화 메시지에 북한이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의 형태로 반응을 내놨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고문은 담화에서 “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대화가 다시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사실상 트럼프 정부 아래서 대화가 없다는 뜻을 표시했다.
최근 신년사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미국의 대화 의지는 물론 남측의 협력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으로 ‘자력갱생’의 각오를 밝힌 이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대해 내놓은 새해 첫 공식 반응은 대화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한다. 비핵화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더 얻어 낼 속셈으로 미국을 향해 섣부른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한 것까지는 이해한다 해도 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의향에 대해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호들갑 떤다”고 평가절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정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트럼프 친서로 직접 받았다거나 북미 정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등의 내용은 북한이 여전히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대선 전 트럼프 정부와 진전된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미 대화의 문턱을 높이면서 신년사의 화해 메시지를 사실상 거부한 북한의 태도가 허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북한이 2년 간 이어지고 있는 화해 무드를 파탄낼 도발을 일으키지도, 그를 위한 구체적 조치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화 노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국제 제재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남북 교류 사업을 찾아내 의사를 타진하고 실행하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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