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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의 전쟁’ 기세 높이는 베트남… 외국기업들은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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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의 전쟁’ 기세 높이는 베트남… 외국기업들은 ‘죽을 맛’

입력
2020.01.07 18:10
수정
2020.01.07 20:3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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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부패와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지난해 ‘부패와의 전쟁’으로 고관대작 수십명에게 ‘쇠고랑’을 채운 베트남이 새해 벽두부터 싸움을 재개했다. 하지만 외국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칼 바람만 앞세우고 복지부동하는 관료 조직 탓이다.

7일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공안당국은 전날 호찌민인민위원회 산하 한 건설사 대표와 이사 등 간부 2명을 국유재산 관리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2017년 6월 냐베 지역 사이공강 인근 32ha 규모의 공공지를 시장가보다 낮은 4,190억동(약 210억원)에 특정 기업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부지 시중가는 매매 가격보다 4배 이상 높은 2조동으로 추정됐다.

호찌민시는 자연환경국의 토지 재평가 회신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해당 거래를 중단시킨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토지 계약 자체를 무효화했다. 이 사건으로 호찌민시 전직 간부 및 국장급 인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후임자가 즉각 채워지지 않으면서 인허가 관련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 된 것이다. 호찌민시 신도시개발 지역에 투자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한 마디로 예측 불가의 상황”이라며 “사업 진척 기미가 보이지 않아 주재원 상당수가 철수했다”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푸동지구를 표방하는 호찌민시 투이엠 지구 역시 수많은 부동산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등 외국기업들은 베트남 정부의 부패척결 노력을 환영하면서도 경직된 공무원 조직 문화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호찌민시 인근 한 공단에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인 한국인 투자자는 “얼마 전 인허가 책임자가 오긴 했어도 큰 결정은 보류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잔뜩 얼어 붙었다”고 푸념했다.

이런 분위기는 5년마다 실시되는 선거(전당대회)를 앞두고 베트남에서 반복되는 풍경이다. 때문에 내년 초 선거와 후속 인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적어도 1년 이상은 인허가 업무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전 같으면 서로 가려고 하던 자리도 지금은 눈치만 보고 있다”며 “지도부가 바뀌는 경우에 대비해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거나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최근 VNA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혁명과정에서 당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건전한 리더십 덕분이었다”며 쉼 없는 부패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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