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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구 > 非수도권 인구… 껍데기 된 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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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구 > 非수도권 인구… 껍데기 된 균형발전

입력
2020.01.08 04:40
수정
2020.01.08 07: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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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ㆍ인천ㆍ경기 인구 50% 첫 초과... 15년간 지방 이전 정책 한계 

 ‘메가시티 꿈’ 부산ㆍ울산ㆍ경남도 순유출 급증, 수도권서 빨아들여 

출근길 서울지하철 9호선에 승객들로 꽉 차 있다. 이한호 기자
출근길 서울지하철 9호선에 승객들로 꽉 차 있다. 이한호 기자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나머지 지방 인구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제 대한민국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인 셈이다.

이는 세종시 신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난 15년간의 정부 균형발전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결과다. ‘반강제 이주’ 정책을 쓰고도, 정작 지방이 그들을 품어 안을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수도권은 지방의 최대 인구집단인 ‘부울경(부산ㆍ울산ㆍ경남)’ 벨트의 인구마저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도권 외 지역의 쇠락이 갈수록 가속화할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인구 50.0002% 

7일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인구(2,592만5,799명)는 비수도권 인구를 1,737명 차이로 앞섰다. 주민등록상 서울, 경기, 인천 거주자가 전체 인구의 50.002%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1970년 28.3% 수준이던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3% △2010년 49.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가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과 혁신도시ㆍ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0.2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균형발전 정책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후속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2016년부터 다시 상승 속도를 높여 마침내 지난해말 50%를 넘어섰다.

수도권 인구 증가의 핵은 경기도다. 2010년 1,178만6,600명이었던 경기 인구는 지난해 1,323만9,700명으로 불어 9년 사이 12.3%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 증가율(2.6%)을 크게 앞선다. 반면 △부산 △대구 △대전 △전북 △전남 △경북 등 비수도권 상당수는 2010년대에 인구가 감소했다. 서울도 2011년 이후 인구가 줄고 있지만, 경기ㆍ인천 지역이 더 많은 인구를 빨아들이면서 수도권 덩치를 키우고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도. 그래픽=김대훈 기자
수도권 인구 집중도. 그래픽=김대훈 기자

 ◇부울경 인구, 2016년부터 감소 가속화 

이 같은 수도권 집중 현상에 ‘동남권 메가시티(동남권을 거대한 하나의 도시로 만들자는 개념)’를 꿈꾸던 부울경마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부울경 총 인구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이후 매년 감소세를 키우고 있다. 감소폭은 △2016년 7,300명 △2017년 2만8,500명 △2018년 4만5,100명 △2019년 4만6,700명으로 해마다 늘어 현재 부울경 인구는 약 792만명까지 쪼그라 들었다.

부울경 인구 감소는 총전출에서 총전입을 뺀 순유출 규모가 2016년부터 급증했기 때문이다. 부산의 인구 순유출은 2015년 1만3,600명 수준이었지만 2018년 2만6,800명으로 2배 급증했다. 특히 울산은 2015년 80명에서 2018년 1만2,700명으로 갑자기 늘었다. 경남은 2017년까지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2018년 6,000명 가까이가 빠져나갔다.

2018년 지역별 인구 자연증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2018년 지역별 인구 자연증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는 결국 경제와 일자리 탓으로 파악된다. 한국일보가 통계청의 연도별 국내인구이동통계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8년 부울경에서 그 외 시도로 전입한 인구 15만명 가운데 45.9%(6만9,200명)가 전출 사유로 ‘직업’을 꼽았다. 두 번째 사유인 가족(3만5,3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으면서 △2016년 42.6% △2017년 44.1%에 비해 그 비중이 커졌다.

특히 직업 때문에 부울경을 등지는 전출자 중 절반 이상(3만7,400명)은 서울, 경기, 인천 중 한곳으로 향했다. 2015년 조선ㆍ철강업에서 시작된 위기가 자동차ㆍ기계 등 주력 산업으로 번져 지역경제가 어려워진 것이 인구이동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대학 교육도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소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지방 학생 상당수가 대학을 수도권으로 진학하는데, 기업은 인재를 좇아 자연스레 수도권에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최근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부산과 경남은 2018년부터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자연감소’까지 시작돼 인구 감소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가 없으니 지역이 후퇴하고, 지역이 후퇴하니 인구가 적어지는 악순환이 현재 비수도권이 처한 상황”이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앞으로 비수도권 인구만 계속 감소해 전국민의 70~80%가 수도권에 몰려 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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