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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별 고을’에서 꿈꾸는 아름다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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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별 고을’에서 꿈꾸는 아름다운 미래

입력
2020.01.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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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제가 사는 성주는 공기가 맑아 밤하늘에 별이 총총합니다. 지명에 어울리는 하늘입니다. 성주를 우리 말로 풀면 ‘별 고을’이 됩니다. 별 무리가 가슴으로 밀려드는 체험만으로도 성주에 터를 잡고 살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월 즈음 하늘을 더 자주 올려다보게 되는 건 아마도 인류가 맨 처음 넓은 바다로 나가던 시절 별자리가 길잡이 역할을 한 까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중무역 전쟁을 비롯해 다양한 난제가 산재한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 크든 작든 기업을 이끄는 이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미래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장갑 공장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경제든 무엇이든 모든 일을 장갑을 만들 듯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갑은 배려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손을 따뜻하게 감싸고 보호하는 것이 가장 주된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든 기업과 시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정책과 대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들어 장갑의 종류가 더 많아지고 재질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장갑이 쓰이는 곳에 따라 두께와 질감이 사뭇 다릅니다. 이를테면 나물을 무칠 때 끼는 장갑과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갑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캠핑용 장갑과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쓰는 장갑 역시 재질과 성능에서 차이가 납니다. 보다 다양한 작업 환경에 맞추어서 나날이 새로운 장갑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용도에 꼭 맞추어 발전하는 장갑처럼, 국가 정책을 비롯해 세상의 꼬이고 꼬인 문제들을 가장 적절하게 처리하려는 의지와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치든, 경제든 어느 것 하나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갑을 만들 듯 현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꼼꼼하게 배려하는 정책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크게 보면 중소기업의 나아가는 방향도 다르지 않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최근의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벤처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노동집약형 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주류입니다. 제가 만드는 장갑처럼, 새로운 경제 환경에 어울리는 기술, 새로운 경제적 지평을 열기에 부족함이 없는 신기술을 개발하느라 애쓰고 있는 강소기업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들 모두 미래를 향해 내닫고 있는 우리 경제의 희망이라고 확신합니다.

‘스타 기업’ 제도도 있지만, 신기술을 가진 기업들 하나하나가 반짝이는 별과 같습니다. 별들이 고대의 무역선과 카라반을 이끌었듯이 벤처기업들이 우리 산업을 미래로 인도할 것입니다. 신기술을 품고 빛나는 ‘별 기업’들이 빠르게는 몇 년, 멀게는 10년 20년 후에 우리 산업을 견인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의 작은 별들이 만드는 빛의 무늬가 언젠가 우리 산업의 미래 지형도가 될 것이라 믿어 마지 않습니다.

해맞이로 한 해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몇 해 전부터 먼 데까지 가기보다 동네에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해가 뜨기에 앞서 인류 최초의 길잡이들이 하늘을 수놓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별들을 보면서 한 해의 계획을 짜고, 희망과 염원으로 힘차게 솟구치는 태양을 보면서 새해를 힘차게 시작할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2020년, 힘차게 나아갑시다.

정선희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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