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야수 김재환(32)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김재환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스포티즌은 6일 “한달 간 메이저리그 4개 구단들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포스팅 시한(6일 오전 7시)이 마감됐다”며 “최종 협의 과정에서 선수 측과 구단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김재환이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외면 당한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을 홍보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김재환은 지난해 11월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포스팅에 필요한 선수 등록일수를 채웠다. 계획보다 1년 먼저 포스팅 기회를 얻자 지난달 5일 빅리그 도전을 ‘깜짝’ 선언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갑자기 시장에 나온 김재환에 대한 정보가 턱 없이 부족했다. 마이애미를 비롯해 몇몇 팀이 영상 자료를 요청했으나, 관심을 보인 수준 정도였다.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전에 특정 구단과 교감이 있어 포스팅을 신청한 줄 알았지만 결과적으로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2019년 성적이 급락한 여파가 컸다는 평가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에 35홈런 110타점 이상을 올렸고, 2018년은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상(MVP) 받았다. 그러나 2019년 성적은 타율 0.283 15홈런 91타점으로 뚝 떨어졌다. 공인구 반발력을 하향 조정했다고 해도, 직전 시즌과 큰 차이가 나는 것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의문을 품었다. 미국 CBS스포츠는 “김재환의 지난 시즌 성적이 후퇴했다”며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 게 놀랍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제 김재환은 두산에서 2020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보상금이 발생하지 않는 FA 신분으로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 이번 포스팅 과정에서 구단들에 자신의 이름은 알렸기 때문에 김재환이 내년 시장에서 ‘재수’에 성공하려면 올해 성적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분명 김재환은 빅리그에서 좋아하는 스윙을 하지만 올해 성적을 반등시킬 필요가 있다”며 “메이저리그는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를 원한다”고 밝혔다. 2020년은 KBO리그뿐만 아니라 도쿄올림픽이라는 ‘쇼케이스 무대’도 있다. 송재우 위원은 “빅리그 구단들이 김재환에게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파워”라며 “30대 나이와 약점으로 꼽히는 수비를 방망이로 상쇄할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CBS스포츠 역시 “반등하지 못하면 같은 운명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 훈련 중인 김재환은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값진 기회를 허락해 준 두산에 감사하다”며 “2020시즌 다시 한번 두산의 통합 우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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