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슈 주도권 틀어쥔 ‘윤석열 검찰’
권력 겨냥 수사에 ‘정치적 고려’ 의심 커져
靑과 정치권 무능과 탐욕이 원인 제공 책임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 다짐회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행사 도중 눈을 감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새해에도 ‘윤석열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조국 일가족 비위와 청와대 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에 이어 패트스트랙 기소로 여야 정치권에 폭탄을 터뜨렸다. 급기야 검찰의 칼은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도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슈 주도권을 ‘윤석열 검찰’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윤 총장만큼 막강한 위세를 과시하는 이는 드물다. 청와대와 정치권, 나아가 국민들도 윤석열만 쳐다보고 있다. 조국과 대척점에 놓여 한쪽은 퇴진을 요구하고, 다른 쪽은 절대 지지를 보내는 장면은 기이하기조차 하다. 검찰총장 신년사를 대통령 신년사와 비교해 의미를 부여하는 기사도 나왔다. 누가 윤 총장의 위세를 이렇게 높여놨는가.

윤 총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정무감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로 눈 밖에 나 두 번이나 좌천을 당했을 리 없다. 바로 그 점을 높이 사 문재인 대통령은 파격 발탁으로 검찰 수장에 앉혔다. “살아 있는 권력도 봐주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다. 그때만 해도 문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이 발등을 찍을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정무감각 없는’ 윤 총장은 조국 일가의 비위 첩보를 접했을 때 특수통 검사로서 촉이 발동했을 것이다. 그가 주변에 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 발언은 어느 정도 진심을 담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는 지나치게 서둘렀고 조급했다. 대통령이 특별한 임무를 맡긴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파행시키고 부인을 청문회 당일 기소하면서도 뭐가 문제인지 잘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을 잠재울 결정적 ‘한 방’은 명확히 나타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말했듯이 “명의는 마구 찌르지 않는다”는 검찰의 오랜 격언을 윤 총장은 너무 쉽게 잊고 있었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촛불 시위대가 검찰청사 앞을 메우자 “아차” 하지 않았을까. 자칫 자신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추측컨대 윤 총장에게 없던 정무감각이 그때쯤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조국 수사’의 끝을 봐야 한다는 절박감 말이다.

방치하다시피 했던 유재수 고소 사건 본격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 고발 사건 서울 이첩은 조국이 책임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연관되지 않았어도 그랬을까. 수많은 고소ㆍ고발 사건 중 어느 것을 수사할지, 누구에게 맡길지, 압수수색을 할지 말지, 그리고 기소 여부는 전적으로 검찰에 달려 있다. 그 하나 하나에 검찰의 ‘정무감각’이 담겨있다.

윤 총장의 정무감각이 돋보인 대목은 패스트트랙 수사다. 8개월이나 수사를 끌다 내놓은 결과물이 절묘한 여야 균형 맞추기인데, 타이밍도 기막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눈치를 보다 법안이 통과되기 무섭게 밀린 숙제를 해치웠다.

윤 총장이 짧은 시간에 정무감각을 키운 요인 중 하나는 청와대와 정치권의 과욕과 무능, 무책임이다. 관행을 깨고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시킨 인사와 청와대 참모인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인사가 화근이다. 흠집 많은 조국을 끝내 장관에 임명한 것은 ‘실책의 끝판 왕’ 격이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 행태는 윤 총장의 정무감각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거짓 해명과 일부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태산명동 서일필’이라고 빠져나갈 일인지 의문이다. 유재수와 울산시장 사건에서도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운영상 문제를 점검하기는커녕 ‘검찰 탓’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패스트트랙 기소도 여야 스스로 ‘동물국회’로 퇴행시킨 업보 아니던가.

이제라도 국회가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권력 유지를 위해 검찰과 손잡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정치권은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이렇게 된 마당에 차라리 청와대와 검찰이 지금처럼 서로 견제하고 당당하게 비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