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지난달 제보 226건 분석
“업무에서 실수를 하자, 한 상사는 제게 ‘지나가는 고등학생 데려다 일 시키는 게 낫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떴습니다. 제게 일을 주지도 말라고 하더군요. 또 다른 상사는 저를 불러 세워서 ‘얼굴이 X같이 생겼네’라고 소리치는 등 비속어를 달고 삽니다. 심한 모욕에 지쳐서 이제 욕설을 들어도 아무 감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직장인 A씨)
“상사가 저를 불러서 하는 말이 ‘너는 업무 능력이 빵점’ 이라며 차라리 부서에서 나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능력 없는 네가 살려면 시집가는 게 제일 빠른 길’이라면서 성차별적 발언도 했습니다.” (직장인 B씨)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26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27건(11.9%)이 이 같은 ‘모욕’과 관련된 제보라고 5일 밝혔다. 욕설 없는 괴롭힘인 ‘모욕’이 직장 내 괴롭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11월까지는 욕설이 섞인 ‘폭언’이 10% 내외로 가장 컸다.
지난해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 2,3)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모욕ㆍ명예훼손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또는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합리적 이유 없이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행위 등이다. 직장갑질119는 “모욕적인 비난을 받은 직장인들은 극심한 우울증이나 불면증, 공황장애를 호소한다”며 “모욕 발언을 기록해 증거를 모으고 동료들과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법의 취지가 처벌보다 사업장의 자율적 예방ㆍ조치 시스템 구축에 있는 만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정법 시행 후 공공기관, 대기업에서 직장갑질이 줄었다는 응답이 각각 49.3%, 38.6%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이 높은 순서(공공기관 59.7%, 대기업 46.4%)와 같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 교육도 연 1회 의무 실시하도록 법에 명시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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