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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악의 종말 시작” 보복 태세, 美 “52곳 타깃 설정” 병력 증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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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악의 종말 시작” 보복 태세, 美 “52곳 타깃 설정” 병력 증파

입력
2020.01.05 17:43
수정
2020.01.05 20: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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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솔레이마니는 최고 테러리스트… 군사장비 투입할 것” 강조 

 이란 시민들 “美에 죽음을”… 모스크엔 ‘보복’의미 붉은 깃발 게양 

5일 오전 이란 아흐바즈 공항에서 지난 3일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소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시신이 담긴 관이 운구되고 있다. 아흐바즈=AFP 연합뉴스
5일 오전 이란 아흐바즈 공항에서 지난 3일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소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시신이 담긴 관이 운구되고 있다. 아흐바즈=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군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총사령관이 숨진 뒤에도 그를 ‘최고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면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란을 공격할 장소를 물색해 놨다”며 강대강 대응을 천명했다. 이에 맞서 이란 정부도 “미국이란 악(惡)한 존재의 종말이 시작됐다”고 선언해 군사적 보복을 분명히 했다. 양국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다시 화약고로 변한 중동을 국제사회는 불안한 눈으로 응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란은 오랜 기간 오직 골칫거리였을 뿐이다. 미국인이나 미국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 놨다”고 밝혔다. 52란 숫자는 1979년 주이란 미국 대사관에서 납치된 미국인 인질 수와 같다. 힘에는 힘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5일에도 “미국은 군사 장비에만 2조달러를 사용하고 있어 이란이 공격해도 거리낌 없이 장비를 투입할 것”이라며 군사적 우위를 과시했다.

병력도 속속 증파되고 있다. 미 공군 수송기들과 영국 공군 글로브마스터 전략수송기가 주둔지를 떠나 중동지역으로 향하는 장면이 4일 포착됐다. 이날 파병된 미군 병력 3,500명은 지난주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이 이라크의 친(親)이란 시위대에 공격받자 중동으로 급파된 병력 700명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란 역시 반미 결사항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솔레이마니 시신이 남서부 아흐바즈로 운구된 5일 이란 시민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미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이날 오전 검은색 옷을 입은 수천명의 조문객이 솔레이마니를 추모했다고 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전날 솔레이마니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그들(미국)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실수에 대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이날 이란 중북부 종교 도시 곰에 위치한 잠카런 모스크 돔 정상에는 보복을 의미하는 붉은색 깃발이 게양되기도 했다.

보복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이날 오후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바그다드 북부 알발리드 공군기지와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포격이 일어났다. 미국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인민동원군(PMF)의 소행으로 보고 무인정찰기를 띄워 공격 원점을 추적 중이다. PMF는 앞서 미국의 솔레이마니 공격 과정에서 함께 사망한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가 부사령관을 맡았던 조직이다.

이란이 원유 수송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보복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표적이다. 골라말리 아부함제 IRGC 케르만남부사령관은 “호르무즈해협, 오만해, 걸프해역을 지나는 모든 미국 선박은 우리가 타격할 수 있는 사정권 안”이라고 위협했다. 실제 이란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일본 유조선을 공격한 적이 있다. 미 CNN방송은 “이란은 해킹으로 미국 무인기를 나포하기도 했다”며 사이버전 가능성도 거론했다.

미-이란 간 무력충돌이 임박하면서 미국 안팎의 비난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워싱턴, 뉴욕 등 미 70개 주요도시에서는 미군 공습과 중동 파병을 반대하는 반전(反戰)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전쟁은 재선 전략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결정을 규탄하는 혹평 일색이었다. 민주당 역시 상원에 대이란 적대행위에 앞서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군사 모험주의는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편에선 프랑스와 독일 등이 양국에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 유지’를 요구하며 중재에 돌입했다.

물론, 전면전 가능성을 일축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니얼 퍼거슨 미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5일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란이 허세(bluff)를 부릴 수는 있어도 미국의 제재 탓에 세계대전을 일으키기에는 경제가 너무 허약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이가 좋지 않은 러시아, 터키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한 솔레이마니 살해가 중동역학 구도를 크게 뒤흔들지 못할 것이란 진단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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