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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문 中企 중앙회장 일가, 수상한 ‘홈쇼핑주식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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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문 中企 중앙회장 일가, 수상한 ‘홈쇼핑주식 대박’

입력
2020.01.06 04:40
수정
2020.01.06 19: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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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홈앤쇼핑 주주명단 입수ㆍ분석]

김기문 회장 일가 13만5000주 보유… 증시 상장 땐 최소 10배 수익

이인규 前 대검 중수부장 부인은 이미 2억원 가까이 차익 챙기기도

협동조합의 홈앤쇼핑 출자액은 90% 깎고 실권주 특정인에 배정 의혹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한 홈앤쇼핑 본사 건물. 왕태석 선임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한 홈앤쇼핑 본사 건물. 왕태석 선임기자

중소기업제품 전문판매 홈쇼핑 회사인 홈앤쇼핑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 회장 일가가 시세차익으로 수십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홈앤쇼핑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부인은 홈앤쇼핑 주식매매로 이미 2억원 가까운 차익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중앙회 회장 선거 당시 공약으로 ‘홈앤쇼핑 상장을 통한 이익 실현’을 내걸었는데, 결국 자신의 ‘주식 대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앙회 안팎에선 중앙회 관리를 받는 홈앤쇼핑이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홈앤쇼핑 최대 주주인 중앙회는 회장이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며 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한국일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홈앤쇼핑 주주명단을 입수해 상장의 수혜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집중 분석했다. 주주명단은 그 동안 국회에도 제출되지 않을 정도로 비밀리에 관리됐고, 중앙회 고위 인사가 차명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궁금증이 커졌다.

한국일보는 홈앤쇼핑 주주명단 분석을 계기로 중앙회와 홈앤쇼핑을 향해 제기되는 각종 문제점을 분석하고, 중앙회가 특정인이 아닌 중소기업인 전체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홈앤쇼핑 주요 소액주주 주식 수. 그래픽=강준구 기자
홈앤쇼핑 주요 소액주주 주식 수. 그래픽=강준구 기자

◇상장되면 김기문 일가 수십억 차익

홈앤쇼핑 주식은 2010년 주주 모집 당시 주당 액면가가 5,000원이었지만 현재는 장외주식 가격이 주당 2만원 안팎이고 한때는 3만원이 넘었다. 액면가의 4배 정도 오른 셈인데, 소액주주들은 상장되면 적어도 주당 5만원은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액면가가 주당 5,000원이었던 NS쇼핑(구 농수산홈쇼핑)은 2015년 상장 당시 공모가가 23만5,000원으로 47배 뛰었으며, 2010년 현대홈쇼핑 역시 공모가가 9만원으로 액면가(5,000원)보다 18배 올랐다. 소액주주들은 이런 이유로 경영진에 기업공개(IPO)를 계속 요구해왔다.

반면 전체 발행주식의 8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중앙회(32.8%)와 농협경제지주(19.9%), 중소기업유통센터(15.0%), 중소기업은행(10.0%) 등 기관출자자들은 공공지분 보유를 규정한 홈쇼핑 승인 조건 때문에 주가가 올라도 주식 처분이 어려워 상장에 관심이 덜한 편이다.

한국일보가 소액주주 명단을 확인한 결과 김기문 회장 일가가 보유한 홈앤쇼핑 주식은 13만 5,000주(0.68%)에 달했다. △김 회장 본인이 2만주 △본인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로만손(제이에스티나로 사명 변경) 법인이 8만주 △부인 최모씨가 2만주 △큰 딸이 1만 5,000주를 각각 갖고 있다. 김 회장과 로만손은 홈앤쇼핑 설립 당시부터 주주로 참여했고, 부인과 딸은 설립 이후 장외거래로 주식을 샀다고 김 회장 측은 밝혔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부인 최씨는 2015년 5월 자신의 둘째 딸에게 주식을 매수했는데, 둘째 딸은 앞서 2012년 8월 한 중소기업 협동조합 이사장에게 해당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협동조합 이사장은 2018년 제이에스티나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큰 딸은 홈앤쇼핑 설립 1년여 만인 2012년 8월 한 중소기업 중앙회 부회장의 부인에게서 주식을 매수했다.

김 회장 일가의 주식가격은 액면가로 따지면 6억 7,500만원이지만, 상장되면 가치가 수십억 원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 측은 “상장은 주식회사의 일반적 목표이고, 다른 홈쇼핑 회사 대다수가 상장된 상태여서 공약으로 제시했을 뿐 사익추구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주식 상장이 김 회장 일가에게 거액의 차익을 안겨주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홈앤쇼핑 상장을 공약으로 낸 후보는 전체 5명 중 김 회장 등 2명뿐이었다.

홈앤쇼핑 주주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홈앤쇼핑 주주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인규 부인 등 법조인도 보유

소액주주 명단에는 법조인과 그 가족들도 눈에 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부인 김모씨는 지난해 기준으로 홈앤쇼핑 주식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씨는 홈앤쇼핑 설립 당시 일부 중소기업이 출자를 포기해 생긴 실권(失權)주를 취득해 2만주를 보유했다가, 2013년 그랜드유통에 지분의 절반인 1만주를 팔았다. 실권주 취득 당시 이 전 중수부장은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였으며 홈앤쇼핑에서 공식 직함을 얻기 전이었다.

그랜드유통 회계자료를 보면 이 회사는 2013년 김씨로부터 홈앤쇼핑 주식 1만주를 취득했는데, 당시 주당 구입가는 2만3,500원이었다. 김씨는 액면가인 주당 5,000원에 주식을 샀었기 때문에 2년여 만에 투자금의 3배가 넘는 1억8,500만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와 서울 경동고 동창으로 홈앤쇼핑 설립 과정에서 법률대리를 하고, 설립 이후 홈앤쇼핑 사외이사를 지내는 등 회사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중수부장의 조카가 홈앤쇼핑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사실이 드러나 취업청탁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중기중앙회 자문위원, 중소기업연구원 이사로 재직한 적도 있어 김기문 회장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는 이 전 중수부장에게 전화와 문자로 부인의 주식취득 경위를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그랜드유통은 김씨 이외에도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20만주, CBS에서 15만주를 장외주식으로 사들여 36만주(1.80%)를 가진 홈앤쇼핑 5대 주주다. 그랜드유통은 대표이사 김모씨(5,000주), 부인 이모씨(1만5,000주), 계열사 정도엘엔디(6만2,000주) 명의로도 홈앤쇼핑 주식을 갖고 있다. 그랜드유통 측은 “투자 목적으로 장외에서 주식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CBS는 설립 당시 30만주를 보유했지만, 2015년 지분 절반을 1주당 2만5,000원에 그랜드유통에 팔아 30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훈 전 대표의 또 다른 경동고 동창인 황희철 전 법무부 차관은 9,000주를 갖고 있다. 황 전 차관은 강 전 대표 소개로 주식을 샀는지 여부에 대해 “그와 관련한 상황은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장외주식 거래로 주가가 최고점일 때 매입한 터라 지금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원장으로 퇴임해 2009년 김기문 회장 회사인 로만손의 사외이사를 지낸 이광렬 변호사도 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취득 경위와 관련해 “개인적 친분에 의한 것으로 구체적으론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건설사가 보유한 장외주식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배우 송기윤씨도 홈앤쇼핑 주식 2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송씨는 김기문 회장의 고향 선배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송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중소기업 성공을 돕는 사람들’ 명의로 구입했지만, 이후 소유권이 송씨 개인에게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사단법인을 통해 송씨의 주식취득 경위를 물었지만 송씨는 답하지 않았다.

중기중앙회 노동조합도 홈앤쇼핑 주식 1만주를 갖고 있다. 노조 명의로 회사 주식을 갖는 건 이례적이다. 박철 노조위원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홈앤쇼핑 1대 주주인 중앙회 측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을 산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협동조합은 뒷전으로

중앙회 핵심 구성원인 중소기업 협동조합들은 김 회장과 특정인들이 주식을 나눠 갖고 차익을 실현하는 동안 정작 권리가 있는 자신들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지적한다. 홈앤쇼핑은 홈쇼핑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협동조합 등 중소기업을 주주로 참여시켜 기존 대기업 홈쇼핑과 차별화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소수의 특정 업체에 혜택이 몰렸다는 것이다.

중앙회는 2010년 홈앤쇼핑 법인 설립을 준비하며 자본금 1,000억원 중 220억원을 소액주주 출자로 충당키로 하고 개별 중소기업과 중앙회를 구성하는 회원조합(다수의 중소기업으로 구성) 또는 회원 조합 이사장 업체 등을 대상으로 출자자를 모집했다. 조합 또는 업체별 출자 범위는 1억원 이상, 30억원 이하로 정해졌다. 그러나 출자자들이 투자하겠다는 돈의 합계가 필요한 자본금 1,000억원보다 200억원 많은 1,200억원에 이르자 중앙회는 개별 출자금 한도를 낮췄다. 이 과정에서 중앙회는 협동조합들의 출자 가능금액을 특히 많이 삭감했다. 이들 조합 중엔 출자 희망액을 10억~30억원씩 써낸 곳이 많았지만, 조합 한 곳당 일괄적으로 7,000만원으로 정해서 90% 이상 삭감했다. 반면 김 회장 업체인 로만손처럼 중앙회가 ‘우수 중소기업’으로 판단한 곳은 출자 희망액을 줄이지 않거나 조금만 줄였다.

출자금 납부를 앞두고 몇몇 업체가 출자를 포기하자 실권주가 80만주가량(약 40억원) 생겼는데, 중앙회는 이런 실권주를 임의로 중앙회 직원과 특정인에게 배정했다. 김 회장과 이 전 중수부장 부인 김씨도 이런 방식으로 주식을 취득한 탓에 실권주 배정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회 측은 이에 대해 “영세한 조합들이 무리하게 출자했다가 홈앤쇼핑 사업이 잘 안 되면 낭패를 볼 수 있어 자금조달 능력 등을 감안해 출자금을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실권주를 특정인에게 몰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자본금 납입 시점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실권주가 생겼고, 재공고 절차를 밟기엔 시간이 없어 어렵게 추가 출자자를 찾아 부족한 돈을 메운 것일 뿐이다. 김 회장도 의무감에서 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동조합들은 중앙회의 이런 해명에 분통을 터뜨렸다. 자금동원 능력이 충분한 조합이 많았고, 영세한 조합이라고 해도 조합 책임 하에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금을 마련하면 되는데 중앙회가 멋대로 특정인과 특정업체에 투자기회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한 조합 이사장은 “조합들이 신청한 출자 희망액은 90% 넘게 삭감해 놓고 실권주가 생기자 알음알음 나눠 가졌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수십~수백 곳의 중소업체로 구성된 조합에는 한 곳당 고작 7,000만원만 배정한 뒤 김 회장 등은 주식 수억 원어치를 챙기고 상장을 추진하는 건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액주주 명단에는 일가족이 주식을 나눠 갖고 있는 사례도 여럿 보인다. 한 기업인은 자신과 업체는 물론 누나, 부인, 딸, 형수 등의 명의로 주식을 16만주 넘게 갖고 있고, 다른 기업인은 10대 자녀를 포함해 가족들과 함께 5만주 이상 보유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는 한때 주식을 20만주나 보유했지만 현재는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담당 직원이 자신의 친동생에게 불법적으로 액면가에 주식 전액(10억원)을 팔아 넘기는 바람에 지분이 사라졌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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