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의 핵심이자 권력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사망으로 분노와 슬픔에 빠진 테헤란 시민들이 미국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3일(현지시간) 중동매체 알자지라와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테헤란 시내에 시위대 수천 명이 쏟아져 나와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거의 모든 방송시간을 솔레이마니의 암살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극장에선 코미디 영화 상영이 연기됐고, 음악 콘서트도 중단됐다.
이란 전역의 추모 물결은 솔레이마니가 이란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국제안보연구센터가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란 국민 10명 중 8명이 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솔레이마니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테헤란에 생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헤란 소재 전략연구센터의 이란ㆍ미국 문제 전문가인 알리 아크바르 다레이니는 “이번 암살은 정치적 신념과는 상관없이 대다수의 이란인들을 분노케 했다”고 말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란 주변국가에서도 미국을 규탄하는 동조시위가 열렸다. 파키스탄 정치권 인사들과 종교단체 회원들은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슬람 지도자들과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미국이 행한 파괴적인 행동에 침묵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란 및 다른 이슬람 세력과의 연대를 선언하기도 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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