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 임원들을 만나 28년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ㆍ이하 산안법)에 대해 설명하고 기업들의 어려움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의 한 식당에서 고용부 주요 간부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제철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포스코 △LG화학 등의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안법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한 산안법 개정안의 발표 때부터 반도체 등 화학물질을 많이 쓰는 곳이나 제철소 등 하청업체가 많은 기업에서 계속 질의가 들어와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개정 법안이 모호한 부분이 많고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우려를 밝혔다.
특히 일부 유해한 작업의 사내도급의 원칙적 금지와 도급 승인제도 도입에 대한 질의와 도급인(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A기업 임원은 “중량비율 1%이상의 황산ㆍ불화수소ㆍ질산ㆍ염화수소 등을 취급하는 설비 작업을 할 때 고용부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돌발상황이 많은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수은ㆍ납ㆍ카드뮴 가공 작업 등 유해한 작업의 사내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자 ‘2차 하청업체가 원청의 간섭 등을 이유로 원청과의 직접계약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는 호소가 기업에서 나오기도 했다. 고용부는 “설비 내부의 화학 물질을 모두 제거한 후 지방관서에 신고하면 도급승인 대상이 아니므로 하도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달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원ㆍ하청 합동 안전보건점검에 대부분 공장장이 맡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질의에 고용부는 “업무 위임자가 도급인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업무 위임자가 합동점검 등 업무를 규정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책임자도 법 위반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B기업 임원은 “안전보건조치 강화의 대상이 되는 도급사의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침을 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사망재해 감소를 위해 노력한 결과 매년 1,000명에 가까웠던 사고성 산업재해가 지난해 800명대로 감소했으나, 아직도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의 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하청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 작업장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위험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원청 사업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곽주현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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