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 체제 불신임 여론이 커지고 있다. 중진 의원들의 잇따른 총선 불출마 선언이 내포하는 의미는 크게 두 갈래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당 지도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불만과 위기 해법으로 제시된 보수 통합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3선의 여상규 의원은 2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불출마가 “여권에는 강한 항의 표시를, 한국당에는 여권의 폭거에 너무 무기력했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통합에 대해서도 그는 “당 지도부가 자유 진영 빅텐트 통합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50% 물갈이설이 나도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지 못할 뿐 당내에는 이런 불만이 이미 팽배해 있다.
위기의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민심은 ‘여당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분오열된 야권을 통합해 신발끈을 다시 매도 모자랄 판인데도 한국당 지도부는 당 밖의 야권 세력과 합치는 과정에서 기득권에 연연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황 대표는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유승민 의원을 ‘유 아무개’라고 지칭하며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듯한 취지로 말했다. 통합의 상대에게 지켜야 할 기본 예의가 없는 것은 둘째 치고, 과연 통합의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황 대표가 유 의원에게 보수 통합을 공개 제안한 게 지난해 11월 6일이지만 논의는 조금도 진전한 게 없다. 패스트트랙 국면 때문에 불가피했다고는 해도 대여 투쟁과 별개로 보수 통합은 대표가 직접 챙겨 물밑 논의라도 이어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야당 심판론에 기운 여론은 극우와 대여 강경 투쟁 기조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황 대표는 공천관리위원장 후보에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등 위기 의식이 없다. 굳이 보수 통합을 하지 않아도 제1 야당과 대선 후보 지위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런 식이면 머지않아 비대위 전환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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