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360˚]유시민과 진중권의 미운 정, 고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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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360˚]유시민과 진중권의 미운 정, 고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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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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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논객으로 ‘노유진’으로 불릴 만큼 가까웠던 두 사람

“전부터 까불었다”, “옛날에 얄미웠다” 케케묵은 속내 드러내기도

진중권(왼쪽) 전 동양대 교수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일 JTBC 뉴스룸 신년특집 대토론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JTBC 영상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보수 측에서 본다면 둘 다 진보 진영 사람이지만, 경력이나 성격은 딴판이다. 유 이사장은 정치인 출신이고, 진 전 교수는 학자 출신이다.

두 사람은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입씨름 중이다. 화려한 입담을 뽐낸 두 사람의 인연 혹은 악연. 그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진중권은 원래 ‘내 편 네 편’을 가리지 않고 비판과 독설을 일삼은 ‘모두 까기’ 논객이었다. 그는 유 이사장을 무턱대고 공격하지는 않았다. 2002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요즘 진보’에 대해 논할 때 그는 유 이사장을 두고 “옛날 운동권은 똑똑했고 학생 대중에게 매력이 있었다. 의롭게 살았다”며 유 이사장을 높게 평가했다.

설전의 시작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사표 논쟁’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경기 고양시덕양구갑 후보로 나섰던 유 이사장은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권에 들어있지 않은 선거구에서는 열린우리당에 투표해달라”며 민주노동당에 던지는 표는 사표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를 두고 진 전 교수는 “유시민의 발언은 ‘공포정치’”라며 “위기에 처한 건 유시민 의원이고 혼자 뻘 짓 하게 냅둬도 된다”고 지적했다.

입씨름을 치열해지게 만든 것은 진 전 교수가 “유시민 의원은 남자인데 특이하게도 선거 때만 되면 입으로 생리를 한다”며 “앞으로 선거가 다가오면 남성용 생리대를 입에 차고 다니라”고 한 발언이다. 설전과 별개로 당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고, 민주노동당도 10석을 얻어 원내 3당의 지위를 얻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두 사람의 설전 2라운드는 같은 해 일어난 김선일씨 납치 및 사망 사건 때다. 이라크 파병 앞에서 유 이사장은 ‘불가피’ 하다고 했고, 진 전 교수는 “파병 철회” 입장이었다. 진 전 교수는 김선일씨 사망 소식을 언급하며 “저기 잡혀 있는 저 사내가 유시민 의원이라면 그는 무슨 말을 할까”라며 “국민 개인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저지르며 ‘안보’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유 이사장을 “리틀 노무현”이라고 했다. 언뜻 봐서는 칭찬 같지만 속 뜻은 역시 비꼬는 내용이었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이 당시 국민참여당 소속으로서 경기지사에 출마하려 하자 “노무현 정신을 이으려면 경기도가 아닌 대구로 갔어야”했다고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편한 수도권이 아닌 험지 대구로 가서 보수 진영 후보와 맞붙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진 전 교수는 유시민 후보의 경쟁 상대였던 심상정 당시 진보신당 경기지사 후보 곁에서 정책개발 특보단을 맡아 선거를 도왔다. 하지만 나중에 심 당시 후보가 선거를 포기하고 유 이사장을 응원하겠다고 선언하자 입을 닫았다. 다만 “명분과 작은 정당을 인정하는 분위기라면 단일화를 할 수 있다”며 마지못해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진중권 교수 인터뷰. 홍인기 기자

이런 두 사람이 뜻밖에도 한 목소리를 낸 시절도 있다. 2012년 5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이 불거질 무렵이다. 당시 당권파의 난투극으로 상황이 악화하자 비당권파였던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했던 날의 방향을 박근혜 정부로 틀었다.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이 청구되자 진 전 교수는 트위터로 “대한민국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유 이사장은 “격하게 동의한다”며 그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유 이사장과 진 전 교수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시기는 2014년 팟캐스트 방송 ‘노ㆍ유ㆍ진의 정치카페’ 활동기다.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이 진행자로 나선 방송으로 이들 이름 앞글자를 딴 방송이었다. 이들은 당시 정의당 소속 당원으로서 화려한 입담을 뽐냈다.

유 이사장과 진 전 교수는 노 전 의원과 함께 약 2년간 총 100회 방송을 통해 정의당을 대중에 각인시킨 성과를 올렸지만, 이들에겐 ‘철저한 비즈니스’였던 듯하다. ‘노유진’ 세 사람은 2015년 교보문고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에서 “(방송) 녹음 끝나고 세 분이 함께하는 일정이 있나”라는 물음에 “없어요. 끝나고 같이 하는 건 해산”이라고 답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이 진 전 교수를 향해 “전에는 많이 까불었는데 잘해준다”고 하자 진 전 교수가 “예전에 많이 얄미웠다”며 농담조로 말했는데, 두 사람의 친분도 여기까지였다.

노회찬(왼쪽부터) 전 정의당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5년 4월 20일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로 인기를 끌 무렵 교보문고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를 하던 모습. 교보문고 북뉴스 홈페이지

유 이사장과 진 전 교수의 입 속 칼끝이 다시 서로를 겨누게 된 건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두고 입장이 갈라지면서부터다. 두 사람 모두 조 전 장관과는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장의 차이는 커져갔다.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등을 통해 위조 의혹을 다루는 검찰 수사의 부당함 등을 지적했지만, 진 전 교수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동양대에 제출한 사직서를 공개하며 “총장이 부도덕하다고 조국 딸 표창장이 진짜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위조 의혹에 힘을 보태며 유 이사장의 반대편에 섰다.

유 이사장과 진 전 교수의 설전은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진 전 교수는 지난해 12월 25일 “문빠들은 다들 서울대 법대 나오셨나 보다. 내가 그 모욕을 당하고 또 당하다 결국 사직서를 냈는데 이번엔 작가라는 분이 이번엔 사직서를 냈다고 모욕을 한다”고 날 선 표현으로 쓴 글을 공개했다. 이에 유 이사장이 “진 교수의 장점은 논리적 추론 능력과 정확한 해석 능력이었다”며 “진 교수 스스로 자신의 논리적 사고력이 10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감퇴했는지 자가진단하길 바란다”고 맞받아치면서 격해졌다.

유 이사장의 발언에 진 전 교수가 “진중권의 논리적 사고력, 그동안 살아본 경험까지 보태져 10년 전보다 낫다”며 “저게 다 자신의 발언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유 작가의 일관된 삶의 태도의 발로라 이해한다”는 말로 대응했다. 그는 또 “이분, 60 넘으셨죠?”라며 과거 유 이사장이 한 강연에서 “60대가 되면 책임 있는 자리에 가급적 가지 않겠다”고 한 발언을 비꼬듯 언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조 전 장관 사태를 통해 진보 진영 내부도 금이 가고 찬반으로 나뉘어져 서로를 향해 감정 다툼까지 벌였던 상황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지난 1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초청 특강에서 ‘언론의 역할과 시민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해가 바뀌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차갑다. 새해 시작부터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신년 토론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앙금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을 두고 “판타지물이다”, “그런 거 안 본다”고 말하자 유 이사장은 “서운하다” “저는 ‘노유진의 정치카페’ 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토론 끝 부분에 두 사람은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누가 봐도 화해는 아니었다. 진 전 교수는 2일에도 페이스북에 유 이사장의 사진을 올리며 “이분, 또 거짓말을 한 모양”이라며 비난했다. 두 사람 사이가 이미 감정적으로 상할 대로 상한 만큼 유 이사장의 반응이 유쾌할 리가 없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유 이사장의 말대로 조 전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 의혹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두 사람의 설전은 입씨름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두 사람 관계는 조국 일가 수사가 끝난 뒤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계기로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화해의 계기를 찾을 지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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