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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면 위로 드러난 LG발 트레이너 임금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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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면 위로 드러난 LG발 트레이너 임금 분쟁

입력
2020.01.02 08:00
수정
2020.01.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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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단. LG 제공
LG 선수단. LG 제공

LG가 전직 트레이너들과 미지급 임금 문제를 놓고 반복적으로 분쟁을 벌여 온 사실이 확인됐다.

구단 안팎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복수의 전 트레이너가 고용노동부에 임금 체불 진정을 제기했고, 담당자가 수개월간 면밀한 조사를 거친 끝에 LG의 부당한 고용 사례를 확인하고 트레이너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계약 관계다. LG뿐 아니라 10개 구단 트레이너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그러나 실상은 열악하다. 직업의 특수성상 트레이너들은 시간 외 근무가 허다하고 비활동기간에도 업무 지시를 받는다. 고용노동부에서 이 실태를 파악해 트레이너들의 진정 제기가 타당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수당 등을 정확히 지급하고 있지만 과거엔 부족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일정 부분 시인했다.

LG가 트레이너와 다툼을 벌인 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에도 퇴직한 A트레이너와 같은 문제로 법무팀까지 동원해 맞서다가 이번처럼 고용노동부의 유권 해석에 따라 위로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선에서 무마했다. 스스로 ‘판례’를 남기고도 반복된 LG의 행태에 야구계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엔 수십억원을 쓰면서 그 선수들 몸을 보살펴 온 트레이너들에겐 단돈 몇천만원 때문에 볼썽사나운 억지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트레이너들은 말이 비정규직이지 LG에서만 수년에서 십수년 재직하며 헌신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 재활을 거쳐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 하나 같이 가장 먼저 고마움을 표시했던 이들이다. LG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그들이 친정팀을 상대로 어려운 결정을 하기까지는 한 마디 위로도, 예우도 받지 못하고 청춘을 바친 직장을 떠나야 했던 상실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LG 출신들을 남달리 생각하는 이규홍 사장이라면 선수단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근로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판정으로 LG에서 점화된 트레이너 문제는 타 구단, 타 종목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방 구단의 C트레이너는 “현직에 있는 트레이너들은 이 바닥을 떠나지 않는 이상 혹여 더 불합리한 일을 당할까 봐 냉가슴이다”라고 하소연했다. LG는 내년부터 코치 계약으로 전환해 트레이너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또 언제 터질지 모를 불씨가 남아 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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