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횡령, 배임, 사익 편취 등 기업가치를 훼손한 기업에 대해 이사진 해임을 요구하는 등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는 근거인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최근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은 횡령이나 배임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기업을 비롯해 저배당 성향 등 합리적 배당 정책을 수립ㆍ공개ㆍ이행하지 않는 기업, 이사의 보수 한도가 과도한 기업 등을 국민연금이 ‘중점 관리 사안’으로 지정,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주주 제안을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연금이 지난 2월 총수 일가의 불법 비리, 갑질 등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진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원칙과 기준,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적용될 경우 ‘오너 리스크’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을 예방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조건이 모호하다는 경영계의 지적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배당 정책이나 이사의 보수 한도 등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점 관리 기업에 대해 주주 제안 전에 거쳐야 하는 단계가 초안에서는 3단계(각각 약 1년)였으나, 최종안에서는 대화 거부 등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기금운영위원회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경영계로서는 불만이다. 지나친 경영간섭이라는 경영계의 반발을 고려해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산업계 전체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산업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면’ 주주 제안을 하지 않거나 철회할 수 있는 단서조항을 추가했지만, 국민연금이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넘어 과도하게 경영간섭을 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신중한 접근과 적용은 필수다. 전체 위원 20명 중 6명이 정부 측 인사로 구성돼 있어 정치적 독립성이 논란인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영위의 독립성 강화 논의도 이번 기회에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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