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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까지는 전학가야” 학생들 빨아들이는 대치동 초등학교

입력
2020.01.02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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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의 탄생, 대치동 리포트] <1> 빗장도시에 갇힌 아이들

학원가 인근 초교 과밀… 학년 올라갈수록 학급↑ ‘역피라미드’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앞에 매물 가격이 붙어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앞에 매물 가격이 붙어 있다. 배우한 기자

맹모(孟母) 맹부(孟父)의 대치동 선호는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에서 확인된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과밀학급 ‘빅3’ 중 2곳이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 있다. 학령인구 급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집을 불리는 이 학교들을 두고 블랙홀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556개 공립초등학교 가운데 학급당 학생 수 1위는 대도초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도곡동이지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대도초는 한 반에 평균 34.8명(2019년 4월 기준)이 모여 수업한다. 대치동에 위치한 대치초도 한 반 평균 인원이 34.1명으로 비슷하다. 또 다른 교육특구인 목동의 목운초(34.7명)도 유명한 과밀학급이다. 이에 반해 서울 초등학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23.4명이다. 학령인구 급감의 여파로 30명대였던 서울 초등학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가 무너진 게 지난 2009년(29.8명)임을 고려하면 이들 학교만큼은 아직도 10년 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경원 시교육청 학교지원과 주무관은 “서울시 초등학생 인구는 매년 2%씩 감소해 전반적으로 학급당 인원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지만 학군 수요가 있는 강남, 목동, 상계 지역은 과밀학급 현상이 나타난다”며 “서울로 인구가 유입된다기 보다는 서울 안에서 이동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도초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는 가히 열광적이다. 사립초에서 전학 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있다. 대치동에서 25년째 입시 지도를 하고 있는 이소연 스터디브릭스 원장은 “대도초는 대치동 뜨내기가 아닌 진짜 이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대도초ㆍ대치초(선호 학군)와 서울 A초등학교(비선호 학군) 학년별 학급 수.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대도초ㆍ대치초(선호 학군)와 서울 A초등학교(비선호 학군) 학년별 학급 수. 강준구 기자

주된 전입 시기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그러다 보니 대도초와 대치초 모두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급 수가 늘어나는 ‘역피라미드’ 형태를 보인다. 대도초는 1학년은 10반이지만 6학년은 13반이다. 대치초도 1학년은 6반, 6학년은 5개 반이 늘어난 11반이다. 반대로 비(非)선호 학군의 초등학교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급 수가 줄어드는 피라미드 모양이 나타난다.

학생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치동 학원가에 인접한 많은 학교가 콩나물시루 같은 빽빽한 교실, 유휴 교실 부족으로 교육 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도초만 해도 미술실, 음악실 같은 특별실 운영은 생각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담당자는 “대도초는 2018년 교실을 증축했는데, 얼마 못 가 이마저도 다 채워진 블랙홀 같은 학교”라고 설명했다. 위장전입도 서슴지 않는다. 부촌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에서까지 대도초 학군인 ‘도곡렉슬’로 주소지를 옮기는 일이 꽤 많다고 부동산에서는 귀띔했다. 대도초는 궁여지책으로 2019년 한 해에만 다섯 차례나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군 안내와 전출을 독려하기도 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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