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상정이 임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막판 난기류에 휩싸였다.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뒤늦게 추가된 사실을 안 검찰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검은 25일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로 “이 조항이 시행되면 공수처가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검찰 주장엔 논리적 비약이 있지만 ‘4+1 협의체’가 굳이 이 조항을 넣어 반발을 살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 조항은 당초 ‘검경이 공수처와 중복되는 고위공직자 수사를 할 경우 공수처장 판단에 따라 이첩을 요구하면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특히 검사의 범죄는 ‘검경이 검사의 범죄를 발견하는 경우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돼 있었다. 수사의 비효율을 막기 위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일원화하자는 취지로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그런데 ‘4+1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이 조항이 훨씬 강화된 내용으로 수정돼 논란이 불거졌다. 협의체는 “공수처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사건 인지 단계에서 공수처에 보고해야 하는 검찰로선 “우리가 공수처 하부기관이냐”는 불만을 가질 법하다.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기관 개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검찰 주장이 지나친 면도 있다. “사전 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 ‘과잉 수사’를 하거나 ‘뭉개기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은 과거 검찰의 행태를 되돌아보면 낯부끄러운 말이다. 이런 일방적 주장은 공수처가 어용 수사기구라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공세와 다르지 않다. 공수처 설치 논의의 출발이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 견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잊은 듯하다.
공수처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공직자 범죄 혐의 파악에 한계가 있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조항 수정의 배경임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지 않던 검찰에 빌미를 준 것은 실책이다. 수정 전의 조항만으로도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의 혼선과 혼란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4+1협의체’에서 진지하게 논의ㆍ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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