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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부채 급증… 고령화의 또 다른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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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부채 급증… 고령화의 또 다른 복병

입력
2019.12.26 16:29
수정
2019.12.26 2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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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60대 이상 가계대출, 전체의 18%

“저금리 장기화에 위험선호 투자 늘어”경고도

[저작권 한국일보]가계대출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가계대출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이들이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 위해 부동산 투자나 자영업 진입을 위한 대출을 오히려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채무대응 능력이 취약한 고연령층 부채가 금융 시스템에도 잠재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증하는 노인 부채

26일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대출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60대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9.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40대(3.3%), 50대(4.4%)는 물론 30대 이하(7.6%)의 대출 증가율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18.1%(60대 13.2%, 70대 이상 4.9%ㆍ올해 3분기말 기준)로 크게 확대됐다.

고연령층의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는 우선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55~63년생)가 60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한은은 기대수명이 늘고 노후 생계비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고연령층이 임대부동산 투자나 자영업 진출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8년 60대 이상 부동산임대가구는 2013년보다 48만6,000가구 늘어난 169만6,000가구로, 연평균 7%씩 급증했다. 이는 전체 고연령 가구의 증가 속도(연평균 5.4%)보다 높은 것이다. 통상 고령층이 노후 소득 감소에 대비해 부동산 등을 현금화하고 부채를 줄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부동산 투자 등을 늘리고 부채는 줄이지 않은 셈이다.

한은은 당장 고연령층의 재무여력은 양호하지만 금융자산이 부족해 채무대응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취약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60대 이상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12.6%로 높으며, 총자산 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15.5%에 불과해 부채를 쉽게 갚을 수 없는 처지라고 분석했다.

60대 이상 가구의 담보대출 비중도 올해 3분기 기준 84.7%로 다른 연령대를 상회했다. 민좌홍 금융안정국장은 “역모기지론 등 실물자산 유동화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지만 직접적으론 노년층이 주택 자산을 원활하게 처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중 자금, 고위험자산에 쏠릴 가능성”

경기 둔화와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 부동자금이 수익률 높은 위험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점도 잠재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의 돈이 금융상품 가운데 회사채ㆍ여신전문금융회사채, 해외투자, 부동산펀드ㆍ특별자산펀드 등 대체투자로 쏠리고 있으며, 투자펀드의 가운데서는 위험선호 성향이 강한 사모펀드 비중이 34%에서 61.4%로 상승했다.

한은은 앞으로 수익률 추구 경향이 더욱 강화할 경우 상품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등 위험이 누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됐으며 충격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규제 기준보다 높고 은행의 유동성 확보 상황도 개선됐으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복합 충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상황에서도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봤다.

한은이 지난 8월 ‘주의’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발표했던 금융안정지수(FSI)도 8 이하로 하락해 ‘안정’ 단계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지수는 한은이 월별 경제지표 20종을 합성 평가한 지수로 금융안정 수준을 안정ㆍ주의(8~22)ㆍ위기(22~100)로 구분한다. 한은 관계자는 “미ㆍ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우려가 완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도 개선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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