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가 비행 중 낙뢰를 맞아 승객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여객기가 1년에 한 두 번은 운행 중 낙뢰를 맞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페러데이의 새장 효과’ 덕분이다.

지난 5월 러시아 여객기가 벼락을 맞고 회항하던 중 기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승무원과 승객 등 탑승객 41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비상 착륙을 하는 과정에서 기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비상 트랩을 통한 승객들 대피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벌어진 참사였다.

몇몇 현지 언론은 사고 원인으로 비행 중 기체에 떨어진 낙뢰를 지목했다. 낙뢰 때문에 전자장치가 고장 나면서 비상 착륙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고, 활주로와 항공기가 몇 번 충돌을 하면서 발생한 파편이 엔진으로 날아들면서 불이 났다는 분석이었다.

낙뢰 소동은 이보다 한 달 앞선 4월에도 빚어졌다. 홍콩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중국 상하이(上海)로 가던 여객기가 낙뢰에 맞는 일이 생겼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이 올라갔는데 벼락이 여객기 날개를 강타하는 순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승객들로 여객기 내부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당신이 탄 여객기, 올해 한 번은 벼락을 맞거나 맞았다

휴가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는 해외 여행. 항공기에 몸을 싣고 자리에 앉자마자 창 밖을 내다보는데 하필 하늘에 잔뜩 먹구름이 껴 있다. 그럴 때 드는 궁금증 하나, “비행기가 벼락이라 맞으면?” 그런 의문이 들면 참 이상하게도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서 본 사고의 기억이 줄지어 소환된다. 5월에 있었던 러시아 여객기 참사, 4월에 있었던 홍콩 공항에서의 소동 같은 것들이 말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우리가 탔거나, 앞으로 탈 거의 모든 여객기가 1년에 한두 번은 운항 중에 낙뢰를 맞는다고 한다. 지상에서, 낮게는 6,000m, 높게는 1만2,000m 고도까지 올라가 비행하기 때문에 낙뢰를 맞을 위험성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상에서는 보거나 느끼지 못할 뿐 그 정도 높이에서는 낙뢰가 무시로 발생한다는 게 기상 관계자들 얘기기도 하다.

일단 그런 낙뢰를 맞았다고 상상해 보자. 낙뢰가 비행기에 내리치면 10억 볼트(V)의 전압과 수만 암페어(A)의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정도면 비행기를 통째로 태워버릴 수 있는 만큼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자연의 공격’이다. 감전의 피해에는 전압보다 전류가 중요한데, 1㎃ 정도에도 우리 몸은 전기가 흐른다는 걸 감지할 수 있고, 경련을 일으키고 불쾌감이 드는 수준이라고 해봐야 5㎃ 정도다. 이에 10배 정도인 50㎃면 사망의 위험성이 있을 만큼 위험천만한 양이라고 한다.

‘페러데이의 새장 효과’…벼락 걱정, 참 쓸데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항공기가 낙뢰를 맞아, 그 안에 탑승한 승객이나 승무원들이 감전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낙뢰가 강할 경우 조종석이나 기체가 흔들리고, 항공기 표면에 심한 그을음이 생기는 정도는 있지만 내부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 큰 피해가 생기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항공기 안에서는 낙뢰를 맞았는지조차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물론 낙뢰를 맞게 되면 기체에 다른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정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연결편이 지연이 되는 불편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전류가 외부로 흐르는 모습

그렇다면 수치상으로만 보면 항공기 전체를 파괴하고도 남을 낙뢰를 맞고도 비행기가 끄떡없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항공기가 전류를 외부로 흘려 넘기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항공기 동체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날아다니는 전기회로 같은 항공기의 동체는 대부분 전류가 아주 잘 흐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강도가 뛰어난 복합소재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때는 전기가 잘 흐르는 재료를 덧씌워 추가하게 된다.

피뢰침 역할을 하는 뾰족한 침

또 다른 비밀은 날개 끝에 있다. 주날개와 꼬리날개 곳곳을 유심히 살펴보면 20㎝가 채 안 되는 뾰족한 침이 여러 개 달려 있는 게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정전기 방출기, 즉 전기를 외부로 방출하는 피뢰침 역할을 하는 장치다. 낙뢰는 물론이고 비행 중에 동체 위에 달라붙는 먼지나 눈, 얼음, 전자입자들이 발생시키는 정전기를 밖으로 발산하는 역할을 하는 ‘작지만 소중한 장치’이기도 하다. 정전기라고 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들이 쌓일 경우 통신 장애나 항공 전자장치에 방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방전이 꼭 필요하다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종사들이 태풍, 난기류 알아서 피해 간다

항공 전문가들은 낙뢰로부터의 피해를 막아내는 이 같은 원리를 ‘패러데이의 새장 효과’라고 한다. 패러데이 새장효과는 영국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새장에 전류가 흘러도 새장 속의 새가 안전한 것과 같은 원리다.

물론 이 원리는 비단 항공기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데, 자동차 역시 번개의 전류를 차체와 바퀴를 통해 땅속으로 흘러가도록 해줌으로써 안전한 새장의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번개가 칠 때 자동차 안으로 피신하면 된다는 ‘안전 수칙’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고속철도인 KTX나 선박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일부 승객들 중에는 잔뜩 낀 먹구름을 보면서 낙뢰에 대한 걱정을 끝까지 지우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항공 전문가들은 이런 말을 한다. “조종사들은 낙뢰가 우려되는 태풍 지역, 또는 난기류가 심해질 곳을 미리 예상, 포착해 피해간다.”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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