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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생명 살리고 떠난 여섯 살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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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생명 살리고 떠난 여섯 살 천사

입력
2019.12.24 17:39
수정
2019.12.24 22:5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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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로 뇌사상태 장선일군 

 또래에 장기이식 뒤늦게 알려져 


여섯 살 장선일(사진) 군의 꿈은 화가였다. 매일 두 장씩 그림을 그려 집으로 가져왔다. 장카소, 장화백이라는 별명이 붙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화가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이제 이루지 못하게 됐다. 대신 선일 군은 그 어떤 유명 작가도 그릴 수 없는 아름다운 명작을 우리에게 남겼다. 또래 아이 두 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그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선일 군은 지난달 1일 친구 집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 3층에서 추락, 뇌사 상태에 빠졌다. 구급차가 5분 만에 도착해 아주대 응급외상센터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선일 군은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담당의사는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전해왔다.

외아들의 갑작스러운 사고에 부모는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선일 군의 몸은 버텨줬다. 평소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한 선일 군이 장기 기증을 위해 기적적으로 견뎌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이렇게 선일 군의 심장과 간은 지난달 4일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에게 이식됐다. 선일 군의 아버지 장모씨는 2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사랑하는 아들이 다른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살아 숨 쉬고, 그 몸이 커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선일 군의 부모는 기증 당시에는 언론보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례 후 두 소중한 생명을 살린 아들의 선행을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아들의 기증이 가르침과 깨달음을 줬다는 부모는 추후 난치병과 불치병 환우를 돕는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선일 군의 부모는 “아픈 몸으로 몇 년째 장기를 기다리다 결국 이식 받지 못하고 매일 5명이 안타까운 생명을 잃는다고 들었다”며 “정부와 사회지도층이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에 좀 더 관심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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