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강서로 우장역사거리에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랄라블라(왼쪽)와 편의점 CU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 랄라블라에서 최근 삼각김밥 등 간편식과 맥주 등을 판매하면서 '유사편의점' 논란이 일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서울 강서구 우장산역사거리에 있는 한 건물. 1층에 헬스 앤 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와 편의점 CU(씨유)가 나란히 붙어 있다. 이들 사이에서 ‘유사편의점’ 논란이 불거진 건 약 두 달 전부터다. 랄라블라가 지난 10월 말 주력 상품인 화장품과 일반의약품 이외에 삼각김밥과 도시락, 샌드위치, 맥주를 들여놓고 팔기 시작한 것이다. 편의점과 비슷한 형태의 취식 공간까지 마련했다.

옆 CU 점주 이모씨는 “랄라블라 때문에 손님이 뚝 떨어졌고, 즉석식품이 팔리지 않아 폐기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랄라블라는 GS리테일이 운영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양대 산맥’인 CU와 GS25를 각각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이 유사편의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1, 2위인 양사의 갈등은 최근 매장 수 경쟁으로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유사편의점은 편의점이 아닌 매장에 편의점과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한 영업 형태를 말한다. GS리테일은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도 이런 형태의 랄라블라를 운영 중이다. 광진구 건국대 후문에는 랄라블라와 GS25를 통합한 매장도 있다.

랄라블라 매장에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맥주 등이 진열돼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편의점업계는 GS리테일이 규제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해 ‘변종편의점’을 운영한다고 비판한다. 국내 편의점은 지난해 말 담배 판매 소매점 거리 제한 기준(50~100m) 안에서는 신규 편의점을 열지 않겠다는 자율 규약을 맺어 현재 신규 출점이 쉽지 않다. 하지만 랄라블라는 여기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이런 영업이 허용되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나 H&B 스토어들도 모두 편의점 물품을 팔기 시작할 것이고, 편의점은 모든 유통업체와 경쟁하는 처지로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GS리테일 측은 “랄라블라를 찾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판매 품목을 조금 늘린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유사편의점이 소비자를 위한 일종의 ‘융합 서비스’이며, 유통매장 간 뚜렷한 경계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생존경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슈퍼도 롯데의 H&B 스토어 ‘롭스’가 입점해 있는 ‘롯데슈퍼 위드 롭스’를 지난해부터 경기와 강원 지역에 운영 중이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H&B를 찾는 10~30대 여성을 슈퍼로 유입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슈퍼 위드 롭스의 10~30대 여성 방문자는 통합 전보다 34% 늘었고, 매출도 6~8% 증가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롯데슈퍼 위드 롭스'. 롯데슈퍼 안에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인 '롭스'가 입점해 있다. 롯데쇼핑 제공

지금까지 택배와 금융, 세탁, 배달 등 서비스 영역을 무한 확장해온 편의점이 다른 업종의 판매 품목 확대를 문제 삼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GS25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매장 수가 CU(1만3,820개)보다 많은 1만3,899개를 기록했다. GS리테일은 17년 만에 편의점 1위가 뒤바뀌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유사편의점 논란으로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CU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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