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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SD 첫 패소, 국고 손실뿐 아니라 주권 훼손도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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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SD 첫 패소, 국고 손실뿐 아니라 주권 훼손도 현실화

입력
2019.12.2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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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 인수ㆍ합병(M&A) 관련 투자자-국가간소송(ISD)에서 한국 정부 패소가 확정됐다. 외국 기업이 낸 ISD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한 첫 사례다.

지난해 6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판정부는 2010년 대우일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에 잘못이 있었다며 이란 가전업체 소유주인 ‘다야니’ 가문에 계약 보증금과 보증금 반환 지연 이자 등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 정부는 중재 판정부 판정에 불복해 지난해 7월 중재지인 영국 고등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냈다. 우리 정부는 다야니의 중재 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이며, 채권단 대표인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국가기관이 아니라 한국 정부는 ISD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 고등법원은 “한ㆍ이란 투자보장협정상 다야니는 한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판단해 ISD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정부 대응 체계가 허술해 패소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소송 진행이 비공개이며 소송별 정부 대리 로펌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소송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감시 감독할 통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번 취소 소송도 ISD는 단심제라 중재 판정부 판결이 확정 판결이며 투자 개념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에서 패소가 확실했다. 하지만 정부가 중재지 법원에 소송을 내는 것을 저지할 장치가 없었다.

현재 우리 정부에 ISD에 중재의향서가 접수된 것이 10건, 소송 청구액은 외환은행(론스타), 삼성물산(엘리엇ㆍ메이슨), 송도국제업무지구(게일), 제주 예래휴양단지(버자야) 등 9조원이 넘는다. 더 이상 혈세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응체제 개편이 시급하다.

정부 주권 훼손 우려로 최근 국가 간 협정에서 ISD 조항 제외가 대세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2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ISD 조항을 삭제했다. 이번 대우일렉 건 역시 한국 법원이 지난 2012년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결했지만, 중재 판정부가 이를 뒤엎어 우리 사법권 훼손이 현실화했다. 국익의 관점에서 ISD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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