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울산시장 경선 불출마를 권유하며 다른 자리를 권했다”고 밝혔다. 임 전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선 “한병도 정무수석을 만났는데 판세 분석 문건을 보며 ‘울산에서는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게 어떻겠냐’며 고베 총영사를 제안했다”고 했고, 또 다른 인터뷰에서도 “수석급 인사가 ‘공사 사장 자리를 주겠다’며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사실이면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명시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검찰이 지난 6일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업무일지에는 청와대의 선거 개입 정황이 담겨있다고 한다. 예컨대 2017년 10월 13일 자에는 ‘비서실장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이 송 시장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아래에는 경선 경쟁자 두 명의 이름과 함께 공기업과 ‘자리 요구’라는 문구도 있다고 한다. 업무일지 내용과 임 전 최고위원 인터뷰가 일치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진 셈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은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정권의 개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청와대와 송 시장 측이 원전해체센터, 국립대 유치 등의 공약을 논의한 정황이 나왔고, 울산의 무소속 강길부 의원이 송 시장을 지지하는 대가로 지역구 사업에서 도움을 얻도록 청와대가 역할을 한 의혹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 연루 정황까지 나온 만큼 청와대는 직접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한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청와대의 경찰 이첩 문건에 첨삭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했을 뿐 ‘경선 개입’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더 이상 침묵으로 덮어 버릴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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