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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 와해’ 삼성, 노조를 ‘파트너’로 존중하는 인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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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 와해’ 삼성, 노조를 ‘파트너’로 존중하는 인식 가져야

입력
2019.12.19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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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전ㆍ현직 임원들이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삼성 2인자’인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은 지난해 이 의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고위 임원과 계열사 전ㆍ현직 임원, 협력사 관계자 등 32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이 중 27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 2013년부터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 노조 설립을 무력화하는 일명 ‘그린화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했으며, 이 의장(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등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조합원들의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고 표적 감사를 하거나 조합 활동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했으며, 개별 면담을 통해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해 입수해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된 ‘노사 전략 문건’에 대해 법원은 “미래전략실에서 하달돼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해당 문건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1심 판결이지만 법원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과 노조 탄압 시도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8일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 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냈다. 헌법이 보장한 ‘노조할 권리’를 부정한다는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지금까지 ‘무노조 경영’이 임직원의 권익과 복리 증진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라고 주장해 온 만큼 이 같은 삼성의 사과문은 삼성이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에 맞춰 ‘무노조 경영’ 노선에서 벗어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한 것으로 이해한다. 마침 지난달 상급단체(한국노총)에 가입한 삼성전자 노조가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번 판결로 삼성이 노조를 기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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