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사망사고 최저 징역 3년
지난달 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의 유품과 유치원 졸업사진이 방안에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유치원 시절 받은 ‘친절한 어린이상’이 평소 민식 군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늘나라에 가서도 다른 아이들을 지켜주는 우리 착한 민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는 10일 ‘민식이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장면을 보고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모든 이들의 박수를 받을 것만 같았던 민식이법인데, 여론이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민식이법을 검색하면 ‘악법’‘반대’등의 단어들이 동반 검색이 됐지요.

무슨 일일까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민식이법은 어쩌다 ‘문제 있는 법’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걸까요. 현재진행형인 민식이법 논란을 들여다 봤습니다.

대전 둔산경찰서 관계자가 11일 오후 서구 둔산동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과속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국회는 전날 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식이법’을 상정·처리했다. 연합뉴스
◇민식이가 누구지?

9월 11일 오후 6시쯤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구형 코란도 차량이 민식군(당시 9세)을 덮쳤습니다. 민식군은 동생(4세)의 손을 잡고 엄마가 일하는 인근 치킨집을 향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죠.

당시 가게에서 일하던 민식군의 어머니는 ‘쿵’하는 소리에 밖을 내다봤다가 형제가 도로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놀라 뛰쳐나온 어머니는 쓰러진 아들을 안으며 ‘살려달라’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죠.

동생은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다행이 생명에 지장은 없었어요. 그러나 크게 다친 민식군은 병원으로 이송 중 숨을 거뒀죠. 참담한 사고였습니다.

다음달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아산을)은 민식이법을 대표 발의했어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아산갑) 의원도 잇달아 유사한 법안을 내고 스쿨존의 안전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 중 하나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안은 어떤 내용?

민식이법은 크게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개정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에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ㆍ과속방지턱ㆍ속도제한ㆍ안전표시 등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특가법 개정안은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만 13세 어린이가 다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을 운전자에게 물도록 했습니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 민식군 부모를 TV에서도 봤어…

민식이법이 처음부터 관심을 받은 건 아니에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갈등으로 국회가 파행됐습니다. 민식이법 처리도 하염없이 미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죠. 답답해 진 민식군의 부모가 직접 나서기로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민식군의 사연을 올리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췄습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이 여론의 관심을 모으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달 19일 MBC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민식군의 어머니에게 “국회와 협력해서 ‘민식이법’이 빠르게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이틀 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해 전체회의로 넘겼습니다. 특가법 개정안도 29일 전체회의에 넘어갔죠.

국회가 선거법 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난관은 있었는데요. 민식이법은 태동 약 두 달 만인 12월 10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극적인 통과에 여야 가릴 것 없이 환영 메시지가 나왔죠.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식군의 부모가 ‘민식이법’으로 불린 어린이 교통안전강화 법안 통과를 방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민식이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게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그런데 지금 왜 논란이 되는 거지?

민식이법은 지금 또 다른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건 처벌 형량입니다. 문제가 있다는 측에서는 특가법 개정안의 경우 원래 취지와 달리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특히 고의가 아니라도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되는 점이 잘못됐다고 강조합니다. 운전자가 실수로 사고를 내도 징역 3년 이상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과잉 입법이라는 겁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과실 범죄를 고의범 수준으로 형량을 지나치게 무겁게 정한 것은 형벌 비례성의 원칙ㆍ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어요.

◇심지어 벌써 개정 청원까지 나왔다고?

맞아요. 법안 통과 하루 만인 11일 민식이법을 개정해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는데요. 청원자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운전자만을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민식이법 개정과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개선 방안을 요청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청원은 17일 오후 4시 기준 4만2,000여명 동의를 받았어요.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16일 유튜브 채널 ‘박점치’(박지원의 점치는 정치)에서 “분노한 국민 정서가 반영돼 과한 처벌을 요구한 것이 법제화 됐지만, 언젠가 정비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법 제정 취지를 되새겨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는 12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스쿨존을 시속 20㎞로 운행하게 되면 결국 1분 먼저 가느냐, 아니면 어린이 안전을 보호하느냐의 문제가 된다”라며 “어린이는 아직 의사능력이 확립되지 않아 교육하는데 한계가 있다. 운전자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법의 형평성 문제보다도 이 법의 이해 당사자는 다름아닌 어린이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운전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고 신중한 운전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일부에서는 아이들이 탄 노란색 스쿨버스가 멈추면 해당 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뿐만 아니라 반대 방향 차들까지 무조건 멈추도록 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어린이 안전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당연하다는 주장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여기서 잠깐: 스쿨존이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주변에 설치한 특별보호구역입니다. 통상 건물 정문을 중심으로 300m 이내의 도로에 설치되지요. 300m내 모든 차량은 주정차를 할 수 없고, 시속 30㎞ 이하로 운행해야 한답니다. 신호지시, 속도위반, 보행자보호 의무 불이행 등에 대해 범칙금과 벌점을 일반 도로보다 2배 가중처벌 하고 있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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