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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사법 시스템 잘못 드러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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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사법 시스템 잘못 드러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입력
2019.12.1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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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17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사건 관련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17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사건 관련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7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사와 형사 등 8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경찰관들도 함께 입건됐다.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의 자백을 토대로 재수사한 끝에 수사기관의 잘못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공소시효 만료로 이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불가능하지만 과실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경찰과 검찰 등 국가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을 만하다.

이춘재의 자백 이후 수개월 동안 8차 사건의 진상을 수사해온 경찰의 조사 결과는 짐작했던 대로다. 윤모씨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75시간 동안 감금하면서 폭행을 하거나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 행위를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윤씨의 체모 감정을 엉터리로 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수사 검사는 사건을 지휘하고 윤씨의 현장 검증을 지켜봤는데도 아무런 의심 없이 법원 재판에 넘겼고, 당시 재판장은 윤씨의 일관된 부인에도 유죄를 인정했다. 경찰과 검찰, 법원 등 어느 한 곳이라도 제 역할을 했다면 한 시민의 억울한 옥살이와 살인자로서 낙인찍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은 더 충격적이다. 1989년 7월 초등학교 2학년 김모양이 하굣길에 실종됐다 5개월이 지나 유류품이 발견된 이 사건은 이춘재의 자백 전까지는 단순 실종 사건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당시 수사 경찰이 노끈에 결박된 김양의 유골을 발견하고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사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범행의 근거가 되는 김양의 유골을 은닉까지 했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앞으로 진행될 윤씨의 재심은 경찰과 검찰, 국과수, 재판부까지 왜 아무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검찰의 이춘재 8차 사건 직접 수사에 대해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행여 그런 의도가 있다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그나마 경찰과 검찰이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반성하는 자세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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