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타트업 리포트] “세~탁~” 구호는 옛말, 세탁물을 편의점에 맡기는 앱 ‘리화이트’

입력
2019.12.18 04:40
수정
2019.12.18 14:34
28면
0 0

[22회]"세탁물을 편의점에서 맡기고 찾아요" 김현우 리화이트 대표

맞벌이 부부나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세탁소 이용이 큰 일이다. 평일 낮에 집을 비우면 세탁물을 맡기거나 찾기 힘들고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곳도 많다.

신생(스타트업) 기업 리화이트의 김현우(37) 대표는 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불편한 세탁소 이용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을 2016년에 시작했다. 사명과 같은 ‘리화이트’ 서비스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설치한 뒤 이메일 주소나 페이스북 계정으로 회원 가입을 하면 앱을 통해 세탁물을 맡기거나 찾을 수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리화이트의 김현우 대표가 세탁물을 편의점에 맡기고 찾을 수 있는 세탁물 위탁 대행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리화이트의 김현우 대표가 세탁물을 편의점에 맡기고 찾을 수 있는 세탁물 위탁 대행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세탁물을 편의점에 맡기고 찾는 서비스 개발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설치한 후에 가까운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면 된다. 편의점에서 주는 접수용 봉투에 세탁물을 넣고 분실이나 손상을 막기 위해 봉한 뒤 앱에 떠 있는 회원 번호 바코드를 제시한다. 편의점 직원이 계산용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 단말기로 바코드를 읽으면 접수가 끝난다.

이렇게 접수된 세탁물은 나중에 세탁소에서 편의점에 들려 찾아가게 된다. 따라서 혼자 살거나 낮에 집을 비우는 맞벌이 부부도 굳이 세탁물 수거 시간을 맞출 필요 없이 편리하게 세탁소를 이용할 수 있다.

세탁물을 되찾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사전 지정한 시간에 편의점에 들려 세탁물을 찾아가면 된다.

무엇보다 편리한 것은 세탁물을 맡기고 찾는 날짜와 시간을 이용자가 정할 수 있어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점이다. 결제는 세탁물을 돌려 받을 때 앱으로 한다. 당연히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 및 간편결제 모두 가능해 현금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세탁소를 고를 때에도 이용자들이 부여한 평점이 함께 표시돼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이때 요금표도 함께 표시돼 사전에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세탁소 운영자들에게는 전용 앱이 제공된다. 이 앱에는 수거 및 돌려줘야 할 배송 목록이 표시되고 목적지 위치도 지도와 함께 표시된다. 그만큼 세탁소 운영자들 입장에서도 혼란이나 사고를 피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을 위해 전국의 세탁소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제휴 계약을 맺었다. 2016년 3개로 시작한 제휴 세탁소가 지금 400여곳으로 늘었다. “인터넷에서 우선 평이 좋은 세탁소를 찾아갔어요. 세탁소들도 디지털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던 만큼 제휴를 맺을 수 있었죠. 서울 지역의 95% 정도에서 이 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가 직접 세탁소를 가보는 이유는 세탁소의 고객 서비스를 보기 위해서다. “세탁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이용자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으면 제휴를 맺기 곤란합니다. 특정 세탁소의 서비스가 전체 세탁소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죠.”

세탁물을 맡기거나 되찾을 때 이용하는 편의점은 GS리테일과 손잡고 해결했다. “전국 1,700여개 GS25 편의점에서 리화이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세탁소나 편의점 모두 만족도가 높다. “세탁소는 앱 덕분에 추가 매출이 발생했고 편의점은 세탁물 때문에 들린 사람들이 다른 물건까지 구매하면서 구매율이 올라갔어요. 제휴 세탁소 가운데 앱 덕분에 월 1,300만원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어요.”

리화이트는 이용자들이 앱을 이용할 때마다 건당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세탁소에서 받는다. “수수료는 지역과 세탁소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 요금의 10~15% 정도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세탁소에서는 이용자들에게 알리는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해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습니다. 전단지를 만들어도 수수료보다 많은 돈이 들거든요.”

◇세탁물 위탁용 특수 장치도 개발

현재 리화이트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5만명이다. 김 대표는 이들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수 장비를 개발했다. 일종의 금속 옷걸이처럼 생긴 이 장비는 세탁물을 담아서 아파트 현관문에 걸어 놓을 수 있는 장치다. “편의점이 가까운 곳에 없는 사람들은 이 장치를 이용하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세탁물을 편하게 맡기고 찾을 수 있어요. 금속 장치에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는 잠금장치가 있어서 분실 염려가 없습니다. 여기에 옷을 담아서 아파트 현관문 위쪽에 거는 방식이에요.”

금속 장치의 비밀번호는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전용 리화이트 앱에 따로 표시돼 세탁물을 수거할 때 누르면 된다. 한 번 사용한 비밀번호는 다음에 다른 번호로 바뀌게 된다. “내년 3월 안에 장비 개발이 완료되면 상반기 중에 이 장치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리화이트를 지역 소상공인을 돕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 “소상공인의 대표적인 업소 중 하나가 세탁소입니다. 세탁소가 잘 돼야 우리도 잘 된다는 생각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이 같은 생각을 가진 김 대표는 지난 10월 국가발전균형위원회의 국민소통특별위원으로 위촉됐다. 지난달 본격 활동에 들어간 위원회는 15명의 위원을 통해 지역 사회의 균형 발전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매달 한 번 회의를 합니다. 이때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현우 리화이트 대표는 세탁소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한차원 달라진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김현우 리화이트 대표는 세탁소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한차원 달라진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홍인기 기자

◇광복 이래 가장 발전없는 세탁소에 AI를 접목

김 대표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네오위즈 계열 게임개발업체에서 병역 특례로 게임 개발을 한 그는 지금도 앱 개발을 직접 한다.

이후 CJ그룹 지주사에 입사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사업 발굴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애플의 아이폰이 막 나온 시점이었어요.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어요. 앱을 잘 만들면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봤죠.”

김 대표는 5년간 근무한 CJ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 첫 번째는 앱으로 청춘 남녀를 소개시켜 주는 데이트 서비스였다. 사업이 잘돼 이를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M&A)으로 넘겼고 그때 받은 돈이 지금 하는 두 번째 사업의 창업 자금이 됐다.

세탁소 앱을 만든 이유는 광복 이래 가장 발전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의식주 중에서 사업을 찾다가 50년 이상 달라지지 않은 분야를 살펴보니 세탁소가 보였어요.”

더불어 중요한 것은 기존 사업자와 갈등을 빚지 않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기존 사업자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찾았어요. 갈등을 빚으면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다가 제대로 해보지 못할 수 있거든요.”

다행히 세탁소 운영자들은 김 대표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받아줬다. “세탁소 운영자들에게는 기업형 프랜차이즈 세탁소와 싸워야 하는 절실함이 있었죠. 그런데 마땅한 방법이 없던 차에 리화이트가 무기를 제공한 셈이 됐습니다.”

세탁소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위협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업체들은 지점을 통해 세탁물을 수거한 뒤 공장에서 한꺼번에 세탁해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동네 세탁소들은 하나 둘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김 대표는 편의점 외에 주유소를 끌어 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범 삼아 SK에너지와 GS칼텍스 주유소 등 총 20군데 주유소들과 제휴를 맺었어요. 주유소는 자동차를 가져가는 곳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세탁물을 맡길 수 있죠.”

요즘은 건설사나 백화점 등에서도 제휴 문의가 많이 들어 온다. “일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세탁물 위탁 장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합니다. 편의점처럼 24시간 일하는 곳이라면 제휴를 맺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을 서비스에 결합할 계획이다. “세탁소의 데이터를 토대로 자가 학습을 거친 AI가 세탁물의 얼룩 등을 찾아내도록 개발 중입니다. 또 무인 접수 센터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올해 매출은 수억 원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50% 성장할 전망이다. “제휴 세탁소와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어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겁니다.” 리화이트는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10억원의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고 현재 사업 확장을 위한 시리즈A 투자를 진행 중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