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두 사건 수사경찰 등 10명 정식 입건
국과수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서 오류도 확인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인 8차 사건 당시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수사자료를 조작하고 가혹행위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춘재의 연쇄살인사건 중 하나인 화성 초등생 김모 양 실종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피해자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17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사항을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진범 논란을 빚고 있는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수사에 참여한 형사계장 A씨 등 경찰 6명을 직권남용 체포 감금,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수사과장 B씨와 담당 검사 C씨 등 2명도 직권남용 체포 감금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앞서 1989년 8차 사건 당시 범인으로 특정돼 옥살이까지 한 윤모(52)씨를 수사하면서 당시 경찰이 윤씨를 불법적으로 체포ㆍ감금하고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해왔다.
경찰은 “8차 사건에 참여했던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뺀 37명을 수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8차 사건 관련 용의자 체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서의 중대한 오류도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감정결과와 관련 △분석 데이터가 매우 적었고 △가우시안 분포를 이루지 않았음에도 이를 가정한 점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40% 편차 이내로 동일성을 판단한 사실 △단순히 두 시료의 원소별 수치 비교만으로 동일성을 판단한 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화학분야 전문가도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용의자(윤씨) 음모의 채취 기간이 1년 가까이 차이가 나 음모 성분이 변화됐을 가능성이 있어 국과수 감정 결과에 의구심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도 경찰이 8차 사건 당시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하는 데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살해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초등생 김모 양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정황도 새롭게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1989년 7월 7일 낮 화성에서 발생한 초등생 김모 양 실종 사건과 관련해 당시 형사계장 D씨 등 2명을 사체은닉,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 발생 후 지역 주민과 함께 야간 수색을 벌이던 중 줄넘기에 결박된 김양(당시 9세)의 양손 뼈 등 유골 일부와 유류품 등을 발견하고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경찰이 사건의 주요 단서가 될 피의자 유골을 발견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덮었다는 것이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은 이와 함께 피의자 이춘재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사건 명칭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미수)사건도 그의 범행으로 판단, 추가 입건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