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협, 검사 1785명 평가
인권 강조하며 검찰개혁 한다더니
고압적 태도로 으름장 놓고 겁박
A 변호사는 최근 의뢰인의 검찰조사에 입회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의뢰인이 재차 혐의를 부인하자 수사 검사가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의뢰인은 검찰의 으름장에 겁을 먹고 결국 허위자백을 하고 말았다. 의뢰인과 상하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도 이를 전해 듣고 덩달아 허위진술을 하며 상황은 더 꼬였다. A 변호사는 “정상적인 수사방법이 아니다”고 개탄했다.
B 변호사는 검찰이 사건을 아무런 이유 없이 지연시켜 의뢰인이 약 10개월간 수사를 받게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사 검사는 수시로 사건 관계자들에게 “회사를 전부 털어야겠네. 사장 나와야지”라고 말하며 모욕적 언사를 서슴없이 퍼붓기도 했다고 한다.
인권을 강조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검찰의 개혁 다짐과 달리 일부 검사들은 여전히 고압적 태도로 사건 관계자들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를 윽박지르는 것도 모자라 허위자백까지 종용한다는 게 변호사 업계가 전하는 요즘 검찰의 ‘민낯’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7일 전국 회원 2만2,668명 중 2,070명(9.13%)에게 제출받은 검사 1,785명(수사검사 1,253명ㆍ공판검사 532명)에 대한 평가표를 분석한 결과, 전국 검찰청 검사들의 평균 점수가 79.55점(100점 만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평가 대상 기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다.
변협은 이 중 △5명 이상의 변호사에게 평가 받은 검사 중 △상위 10% 이내에 해당하고 △평가점수가 90점 이상인 검사 20명(수사ㆍ공판 각 10명씩)을 ‘우수검사’로 선정했다. 마찬가지로 △5명 이상의 변호사에게 평가를 받은 검사 중 △하위 10% 이내에 해당하고 △평가점수가 낮은 하위검사를 아래에서부터 20명 선정했다.
우수검사에 대한 변호사들의 평가는 주로 ‘고압적이지 않은 자세’ ‘공손하고 친절한 태도’ ‘공정한 수사’ ‘피의자와 변호인의 말을 귀담아 듣는 태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우수검사를 상대한 한 변호사는 “변호인의 의견과 다른 결론으로 사건을 처리했음에도 그 과정이 매우 적절했다”며 “검사의 판단에 승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하위검사로 선정된 검사들은 대체로 고압적이고 불친절했으며 법리이해가 부족했다. 변호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변호인의 참여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겁박하거나 피의자가 변명을 하는 경우 자백을 강요하며 큰 소리로 윽박지르는 경우도 빈번했다.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을 추가조사나 법리검토 없이 불기소 처분했다가 고소인의 항고로 재기수사명령을 받고 다시 수사에 착수한 경우도 있다. 성범죄 사건의 공판에서 일반 방청객들이 법정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사진을 실물화상기를 통해 공개하는 등 배려 없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변협은 이번 평가 결과를 검찰총장과 법무부에 전달해 내년 상반기 인사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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