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외교장관 모임 중 짧은 대화
日, 양국 정책 대화 환영 발표 외에 “강제동원 배상문제 논의해” 강조
성탄일 전날(24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외교장관이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짧게 만났다. 하지만 양국이 공개한 환담 내용은 미묘하게 달랐다.
외교부는 1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저녁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ㆍ아셈) 외교장관 회의 만찬을 계기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일본 외무장관과 약 10분간 환담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문제, 북한 핵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수출 관리 당국 간 정책 대화 개최를 환영하며, 이번 대화가 일본 측 수출 규제의 조속 철회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 당국이 긴밀히 소통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ㆍ일ㆍ중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일본 측 발표도 비슷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외교장관 환담에 대해 “(이날) 한일 무역 당국 간 정책 대화가 열리게 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점에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문제와 한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확인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도 화제였다는 보도가 일본 측에서 나왔다. 이런 ‘언론 플레이’는 일본 정부의 해묵은 버릇이다. 이날 NHK는 모테기 장관이 강 장관에게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 국제법 위반 상태의 시정을 재차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스가 장관은 “기존 일본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나라로서는 일관된 입장의 변화가 없다.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하고 싶다”고 했다.
한일 외교장관은 당초 마드리드에서 정식 회담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일정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고 회의 참석 도중 약 10분간 대화하는 환담 형식으로 대체됐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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