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최후진술을 통해 무죄를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일방적으로 유포해 범죄자로 몰아가는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유 전 연구관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약 8분간의 최후진술을 통해 “피고인 주제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외람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수사현실이나 관행 중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할 문제점을 봤다”며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여론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수사과정에서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허무는 것이라 강조하며 자신은 이로 인해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 찍혔다고 주장했다. 유 전 연구관은 “극단적 선택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결백을 증명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도 했다”면서도 “오랜 기간 판사로 재직했고, 한 때는 재판연구관들을 대표하는 얼굴이었기에 쉽게 무릎 꿇을 수 없다는 자부심과 소명으로 버텼다”고 토로했다.

유 전 연구관은 최후진술에서 여러 차례 “검사가 기소한 범죄 혐의사실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삶을 돌아보니 “후배 연구관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검찰 조사를 받게 한 죄, 이유를 불문하고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법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죄 등이 내게 있었다”며 “만약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지난날의 모든 허물과 잘못에 대한 인과응보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준비해온 최후진술을 읽어내려 가던 그는 끝부분에선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유 전 연구관은 2016년과 2017년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당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들고나온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파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재판의 합의와 관련된 사안뿐 아니라 사건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문건을 유출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한 것 자체가 재판업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어 사안이 중대하다”며 유 전 연구관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내달 13일에 유 전 연구관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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