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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3.0 시대… 나홀로 잘난 황제는 이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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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3.0 시대… 나홀로 잘난 황제는 이제 없어요

입력
2019.12.16 17:28
수정
2019.12.16 19: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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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3회 프레지던츠컵 마지막날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3회 프레지던츠컵 마지막날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44ㆍ미국)가 골프 인생 3막을 열어젖혔다. ‘돌풍의 신예’를 시작으로 ‘황제’로 군림했던 전성기 시절을 지나, 이제는 팀 플레이까지 갖춘 ‘베테랑 리더’로 변신했다. 그야말로 우즈 3.0 시대다.

호주 멜버른에서 15일 막을 내린 프레지던츠컵은 달라진 우즈를 전세계 골프 팬들에게 각인시킨 분기점이었다. 우즈는 지난 4월 마스터스 우승으로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2000년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지배하며 모든 트로피를 쓸어 담던 극강의 모습은 이제는 찾기 힘들다.

우즈는 허리와 무릎 부상에 수년간 시달리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올해 조조 챔피언십 우승으로 샘 스니드의 PGA 투어 통산 최다승 기록(82승)과 타이를 이뤘지만,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메이저 최다승(18승) 경신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도 팬들이 계속해서 믿고 기대하는 건 ‘우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우즈가 프레지던츠컵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팬들이 우즈의 활약에 놀란 이유는 그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 이벤트에선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과 유럽의 남자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에서 우즈는 충격적인 4전 전패를 당했다. 라이더컵 팀 매치에서 전무후무한 7연패에 빠졌다. 당연히 우승도 유럽팀에 돌아갔다.

당시 경기를 해설했던 조니 밀러는 미국 NBC 방송에서 “우즈 아버지가 그를 팀 플레이에 맞지 않게 키웠다. 우즈는 혼자 만의 플레이를 하도록 설계됐다”고 평가했다. 골프채널의 해설위원 브랜들 챔블리는 “우즈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그의 카리스마가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타이거 우즈가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3회 프레지던츠컵 싱글매치에서 승리를 거둔 뒤 인터내셔널팀의 아브라함 앤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멜버른=AP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3회 프레지던츠컵 싱글매치에서 승리를 거둔 뒤 인터내셔널팀의 아브라함 앤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멜버른=AP 연합뉴스

하지만 역대 최연소 단장으로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로서도, 단장으로서도 성숙한 모습으로 팀의 우승을 진두지휘했다. 경기에선 3전 전승, 리더로선 격전지를 돌며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아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나홀로 잘난 우즈’는 이제 없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저널리스트 제이 버스비는 “우즈가 프레지던츠컵 우승으로 자신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실력으로 황제 자리에 올랐던 그가 이제 배려와 미덕을 갖춘,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된 셈이다. 단장직을 맡아 팀원들을 이끌 만큼 나이도 먹었고, 풍성했던 머리도 벗겨지기 시작했다. 3.0 시대의 우즈는 감수성도 풍부하다. 우즈는 프레지던츠컵 우승 직후 눈물을 흘렸는데, 자신도 부끄러웠는지 “울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팀 동료 스티브 스트리커(52ㆍ미국)가 사실을 말했다. “우즈가 운 게 맞다. 그렇지만 그의 눈물을 보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고.

우즈가 앞으로 승승장구하며 니클라우스의 기록을 경신할 수도, 기세등등한 후배들에 밀려 다시 정상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팬들은 인생의 새로운 장을 쓰기 시작한 우즈의 모습을 두 팔 벌려 환영할 뿐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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