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ㆍ신체ㆍ성폭력 경험 초중고의 2배 이상
성인인 대학교 운동선수가 초중고 학생선수들보다 더 폭력에 시달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6일“초중고 학생들보다 대학생 선수들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더욱 심각한 것을 확인했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전국 4,924명의 학생선수 인권상황을 조사한 결과 31%가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인권위가 앞서 발표한 중학교(14%)나 고등학교(15%) 학생선수보다 높은 비율이다.
신체폭력(33%)과 성폭력(9.6%)을 한 차례 이상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대학생 선수들이 초중고 학생선수들보다 2, 3배 높았다.
대학생 선수들은 주로 경기장(88%)과 숙소(46%) 등 일상 공간에서 선배선수(58%), 코치(50%), 감독(42%) 등에게 언어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폭력을 당한 장소로는 기숙사(62%)를 가장 많이 꼽았고, 가해자는 선배선수(72%), 코치(32%), 감독(19%) 순이었다. 가장 빈번한 신체폭력은 ‘머리박기, 엎드려 뻗치기’(26.2%),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행위’(13%)였다.
상습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15.8%였다. 인권위가 2010년 실시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당시의 11.6%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성폭력은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4%)와 ‘신체접촉 행위’(2.5%) 순으로 많았다. 강제추행(1.2%) 불법촬영(0.7%) 강간(2명) 사례도 조사됐다.
여자 선수들은 훈련장에서 남자 선배로부터 언어적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자 선수들은 숙소에서 이뤄지는 남자 선배의 신체적 성희롱을 주로 호소했다. 특히 성폭력을 당한 여자 선수는 ‘아무런 대처를 못했다’(34%)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인권위는 이외에도 대학 운동선수들이 외출ㆍ제한, 통금시간, 점호, 복장 제한, 선배와 한 방 배정 등으로 심각한 자기결정권 침해를 겪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과도한 운동량으로 학업병행이 곤란하고 동아리 등 대학 내 다양한 활동 기회도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 생활로 전환 △일반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이날 체육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한 정책 간담회를 열어 개선방안을 검토한 뒤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로 이어갈 계획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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