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한중일 정상의 23, 24일 중국 청두(成都) 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 중이다. 회담이 확정되면 1년3개월 만의 공식 만남이다. 지난달 4일 방콕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10분가량 비공식 대화가 있었지만 회담은 아니었다.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과 이에 대응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종료 검토 등으로 양국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라 회담은 양국의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에 앞서 16일에는 일본이 7월 수출 규제에 착수하면서 한국이 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양국 간 무역관리에 관한 국장급 정책 대화도 3년 만에 열린다. 회의 재개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를 앞두고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이 “대화를 거듭해 한국 측 수출관리 제도나 운용의 불충분한 점을 다뤄 (문제가) 해소되면 좋은 방향으로 향하지 않겠냐”고 말한 것에 눈길이 간다. 대화에 문 닫고 “국제법 준수”만 되풀이하며 강제징용 해법을 압박하던 일본이 문제 해결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일본이 외교적 진정성을 갖고 이번 정상회담을 양국 갈등 해결의 계기로 삼으려 하기보다는 자국 정치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계획은 원래 외교 절차를 거쳐 동시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13일 국내 강연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아베 정권은 최근 국내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외교로 만회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지난달 말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발표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강하게 압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퍼펙트게임”이라고 자화자찬한 정부 당국자도 있었다. 상대가 있는 외교 분쟁 현안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임에도 일방적 승리나 포기를 운운한 것은 무례를 넘어 비열한 행위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예상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일본이 이전과 같은 노림수로 회담을 끌고 가거나 활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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