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군기지 제염비용 떠안는 등 美에 유리한 결정… 17~18일 협상서 분담금 조정 노린 달래기 
정은보(왼쪽)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3일(현지시간)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위한 4차 회의를 위해 미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최근 공개된 정부의 대미(對美) 결정들은 한결같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이다. 내년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요구액으로 올해 금액의 5배를 불러 놓은 미국을 달래 보려는 심산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내주 서울에서 열리는 방위비 협상에서 일련의 유화책들이 지렛대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부는 주한미군 기지 4곳을 돌려받으면서 협의 지속을 전제로 1,1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오염 정화 비용을 일단 부담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추가로 반환될 예정인 나머지 기지 22곳에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된다면 한국 부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애초 제염(除染) 비용 전액을 미국이 물지 않을 경우 기지를 돌려받지 않는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보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2일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이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 연합 방위’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를 검토했다. 현재 소말리아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반경을 넓히거나 장교를 우선 파견하는 게 유력한 파병 방식이라고 한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지금까지는 미국의 공식 요청 사실조차 정부가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았었다.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도 정부가 갖고 있는 대미 회유 카드다. 미제 첨단 무기 대량 도입이 자주 국방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게 김현종 안보실 제2차장의 발상이고, 실제 그가 방한한 미 정부 당국자들에게 무기를 살 테니 방위비를 깎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 전언이다. 미국도 절대 불가 입장은 아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한 케빈 페이히 미 국방부 조달 담당 차관보가 ‘한국의 미국 무기 구입이 방위비 협상에 옵션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념상으로는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현재 협상은 난항 중이다. 내년도 연 분담금으로 49억달러(5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가 최대 걸림돌이다. 이 금액은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다.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기존 협정 틀 내 지출 항목 외에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 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 배치 및 역외 훈련 비용 등까지 분담금 항목에 추가할 것을 미국이 요구하면서 금액이 급증했다. 미국 내에서마저 요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상당한데도 아직 미 정부가 요구액을 조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 얘기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올해 마지막 회의가 열린다. 13일 외교부는 한미가 17~18일 서울에서 제11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3~4일 미 워싱턴에서 4차 회의가 열린 지 2주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다.

10차 SMA 유효 기간이 31일 끝나는 만큼 연내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게 당초 한미의 목표였지만, 아직 입장 차가 워낙 커 협정 공백 상태에서 내년에도 협상을 이어갈 공산이 일단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기존 협정 틀 내에서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서 인내를 갖고 미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