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두번째) 주재로 13일 국회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대표 회동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심재철 자유한국당ㆍ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고영권 기자

선거제도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놓겠다며 벼르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의 자체를 포기하고 여야 합의를 촉구한 것이다. 문 의장은 협상 시한으로 3일을 주며 “16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 상정에 강경하게 반대하자, 문 의장도 부담을 느낀 결과다.

이제 공은 다시 여야로 넘어갔다. 선거법은 여야 모두에 적용될 총선의 룰이다. 그렇기에 역대 선거제도는 모두 여야 합의로 개정됐다. 더구나 여당이 주도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다른 정당들의 조력으로 선거법을 통과시킨다면 전례 없는 일방 개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게 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으로서 한국당을 어떻게든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설득해야 한다. 마침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4+1’ 공조체제 역시 정의당의 반발로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비례대표 의석 50석에 대한 연동률을 낮추려는 민주당의 안은 소수 정당엔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끼어들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게 아니다.

한국당도 투쟁을 위한 투쟁을 접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서의 책무다. 대화와 토론으로 이견의 간극을 좁히고 완전한 타협이 안 되면 차선을 택하는 게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한국당이 협상안 대신 내놓은 필리버스터도 재고해야 한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횡포를 막을 마지막 수단으로 도입된 제도를 108석의 거대 야당이 시위의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투쟁밖에 없어 서글프다”고 했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여야는 “앞으로 3일간 밤을 새워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하길 바란다”는 문 의장의 말을 새겨야 한다. 다시 원점에 섰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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