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놓겠다며 벼르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의 자체를 포기하고 여야 합의를 촉구한 것이다. 문 의장은 협상 시한으로 3일을 주며 “16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 상정에 강경하게 반대하자, 문 의장도 부담을 느낀 결과다.
이제 공은 다시 여야로 넘어갔다. 선거법은 여야 모두에 적용될 총선의 룰이다. 그렇기에 역대 선거제도는 모두 여야 합의로 개정됐다. 더구나 여당이 주도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다른 정당들의 조력으로 선거법을 통과시킨다면 전례 없는 일방 개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게 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으로서 한국당을 어떻게든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설득해야 한다. 마침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4+1’ 공조체제 역시 정의당의 반발로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비례대표 의석 50석에 대한 연동률을 낮추려는 민주당의 안은 소수 정당엔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끼어들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게 아니다.
한국당도 투쟁을 위한 투쟁을 접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서의 책무다. 대화와 토론으로 이견의 간극을 좁히고 완전한 타협이 안 되면 차선을 택하는 게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한국당이 협상안 대신 내놓은 필리버스터도 재고해야 한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횡포를 막을 마지막 수단으로 도입된 제도를 108석의 거대 야당이 시위의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투쟁밖에 없어 서글프다”고 했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여야는 “앞으로 3일간 밤을 새워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하길 바란다”는 문 의장의 말을 새겨야 한다. 다시 원점에 섰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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