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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근육은 적근(赤筋)과 백근(白筋)으로 나눠진다. 근육의 색이 차이가 나는 것은 ‘미오글로빈’(myoglobin) 단백질 때문이다. 미오글로빈은 하나의 햄(heme)분자와 하나의 글로빈(globin)으로 이뤄지는데 햄분자에 철이 있어 산소와 결합한다. 미오글로빈 양이 많으면 산소와의 결합이 잦아져 근육이 붉은색을 띤다.

닭을 예로 들면 닭다리는 적근이고, 가슴살은 백근이다. 오리는 다리와 가슴살 모두 적근이다. 생김새는 엇비슷한데 차이가 난다. 나흥식 고려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는 “날개가 퇴화돼 닭의 가슴살은 백근이지만 날갯짓을 잘하는 오리와 거위의 가슴살은 적근”이라고 말했다.

이동거리의 차이도 근육의 색에 영향을 미친다. 다랑어(참치), 연어, 고등어, 청어 등은 장거리 이동을 하기 때문에 산소를 많이 사용해 적근으로 주로 이뤄져 있지만, 근해에서 살며 단거리 이동을 하는 광어와 우럭은 반대로 백근이다.

운동선수들의 경우도 이러한 ‘원칙’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마라톤 선수처럼 장거리를 뛰는 선수들에게는 적근이, 단거리를 뛰는 선수들은 백근이 발달돼 있다. 백근은 수축속도가 빨라 단거리 운동에 적합하다. 특히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육상종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데 단거리는 자메이카 등 밀림이 많은 서아프리카에서, 장거리는 케냐 등 동북아프리카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고 불리는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와 인류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에서 2시간 벽을 깬 엘리우드 킵초게의 고국은 각각 자메이카와 케냐이다. 나 교수는 “서아프리카 조상들은 밀림이 많아 사냥감을 잡기 위해 단거리에 능숙해야 했을 것”이라며 “느리고 빠름이 생존과 직결됐기 때문에 후손들이 단거리 육상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며 “반대로 초원지대가 많은 동북아프리카 조상들은 수 킬로미터 이상 사냥감을 쫓기 때문에 후손들이 장거리에 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유전적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며 “모든 생명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자신의 몸을 만들어 유지하는 것 자체가 놀랍고 신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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